광주 '배송 지연' 현실화…소비자들은 "불편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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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광주 '배송 지연' 현실화…소비자들은 "불편 감수"
택배노조 “합의 이행 촉구” 파업||시민들 “과로사 방지 파업 지지”
  • 입력 : 2021. 06.15(화) 17:18
  • 김은지 기자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9일 과로사 방지를 위한 2차 사회적 합의 결렬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국 택배 노조원 5500여 명은 15일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맡기로 한 1차 사회적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다. 독자 제공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주문한 택배가 '반송 직전'이라는 연락을 받고 직접 찾아왔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식품이었기에 번거로움을 감수했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파업이라는 얘기를 듣고 응원하기로 했어요."

광주 남구 진월동에 거주하는 한모(32)씨는 지난 14일 택배 도착 지연 문자와 동시에 반송 문자를 수신한 후 관할 택배기사에게 연락을 취해 직접 송암동 택배 집하지를 찾았지만 항의를 자제했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 파업으로 배송 지연 등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파업 취지에 공감하며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9일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맡기로 한 1차 사회적 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노조 측은 과로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주 평균 60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배송업무만 하는 택배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든다며 물량 감소분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1주일째인 15일 광주·전남지역에서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500여 명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170여 명이 배송 파업에 참여했다. 한진과 롯데택배 20여 명도 포함됐다.

업계에선 노조원으로 '쟁의권'이 있는 소수의 택배 기사만 총파업에 참여해 '택배 대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택배 지연 배송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쟁의권'은 없지만 파업 대신 '택배 분류 거부'에 나서면서 광주지역 우체국 택배 기사 조합원 130여 명 전원이 실질적인 업무를 중단한 상황이다.

파업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한통운과 우체국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배송 결손을 메꾸고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 300여 명의 인력과 시간제 근무 등 긴급 대체 인력을 투입한 상황이지만, 우체국은 분류작업은 임시 인력 투입, 배달의 경우 기존 우체국 집배원들이 대신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택배노조가 제시한 물량 감소분에 대한 수수료 보전안에 대해 사측을 비롯한 국토교통부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기 타결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택배업계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택배 터미널에 배송되지 못한 물건이 쌓여 배송 차질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번 주부터 쟁의권 없는 지회의 오전 9시 출근·11시 배송 출발 외에도 규격·계약요금 위반 등 배송 의무가 없는 물품을 배송하지 않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택배 파업에 따른 생활 불편 속에서도 일부 시민들은 과로사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에 공감을 표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시민들은 관할 지역 담당 택배 기사에게 "배송이 늦어 뒤늦게 파업사실을 알게 됐습니다"라며 "당장 택배를 받지못해 불편함은 있지만, 평소 이웃이라 생각해왔던 택배 기사님들의 생존권을 위한 파업이라고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광주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 파업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종종 관할 지역에서 이번 파업 소식을 접하고 응원 문자를 남겨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안이 수용돼 파업을 멈출 수 있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