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김연경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무관의 제왕' 김연경
  • 입력 : 2021. 08.09(월) 16:24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편집국장
'무관의 제왕'이란 말을 흔하게 접한다. 뜻을 풀이하자면 '왕관이 없는 제왕'이란 뜻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를 일컫는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무관의 제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지닌 비운의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한국 정치사에서는 지난 2018년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하며 정치 전면에 등장한 그는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른바 '3김(金) 시대'를 이끌며 한국 정치사의 주역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사망 후 대권을 노리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좌절을 맛봤다. 이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대권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박정희 정부에 이어 두 번째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16대 국회까지 9선 국회의원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으나 대통령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정계를 은퇴했다.

스포츠 분야에도 무관의 제왕은 많다. '배구 여제'로 불리며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김연경도 소속팀을 수차례 우승시키고 숱하게 최우수상(MVP)을 수상했지만, 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8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연경이 이끈 대한민국은 세르비아에 패해 45년만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는 졌지만 승리에 대한 간절함 하나로 끝까지 투지를 불사른 여자배구 대표팀에게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주장 김연경은 도쿄올림픽 개막 전 최약체로 평가 받았던 한국 여자배구팀을 '원팀'으로 이끌고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해 일본, 터키 등 상위권 강팀을 잇따라 격파하고 세계 4강까지 끌어올려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1988년 2월생인 김연경의 올해 나이는 33세. 김연경은 3년 뒤 열리는 파리올림픽 때는 36세가 된다. 국민들은 김연경이 올림픽에서 한 번 더 뛰는 것을 보고 싶겠지만, 그는 간절히 원하던 올림픽 메달을 걸지 못한 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수많은 무관의 제왕이 주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한 뒤 잊혀졌지만, 김연경은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행복한' 무관의 제왕으로 오래동안 기억될 것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