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힘든 시기지만 희망·꿈 잃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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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모두 힘든 시기지만 희망·꿈 잃지 않았으면"
■호남출신 시각장애 고수 조경곤씨||장애인 최초 북·장구 문화재 지정||하루 10시간 고된 연습 장애 극복||고통·인내 세월끝 최고 자리 올라서||오는 17일 국악 인생 50년 발표회
  • 입력 : 2021. 12.12(일) 15:48
  • 최권범 기자

시각장애인 고수 조경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시각장애인 최초로 무형문화재가 돼 이제는 하루하루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호남 출신 시각장애인 고수인 조경곤(54) 판소리 고법(북, 장구) 제23호 인천시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자신의 국악 인생 50년을 담아낸 발표회를 열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조경곤 고수는 지난 2013년 4월 북 무형문화재에 이어 2019년 장구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장애인으로는 최초다. 전북 김제가 고향으로 호남 출신 국악인이 국악의 불모지인 인천에서 인간문화재로 지정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급 시각장애인인 조 고수는 어린 시절 운동을 하다가 눈을 다쳤다. 부상의 여파로 30대 초반부터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해 결국 실명에 이르렀다.

조 고수가 시각장애인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고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집안 환경의 영향이 컸다.

5세 때 국악에 입문한 그는 "큰 아버지와 아버지의 소리와 북소리를 듣고 배우며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국악과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며 "어릴 적 소리하고 북을 치던 국악인들의 음악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옮겨져 재미있게 감상하곤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고수는 1967년 본격적으로 국악을 하겠다며 단돈 1만5000원을 들고 홀홀단신 무작정 상경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매일같이 지독한 연습을 통해 장애를 극복해 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는 현재 인천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우리 전통 음악 예술을 보존·전승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조 고수는 "지난 세월은 머리카락이 절반 이상 탈모되고, 무릎과 가슴에 멍이 들고, 손바닥에 피가 나고 까지는 그야말로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이었다"며 "하루 10시간 이상 북과 장구를 치며 홀로 연습해 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고수는 "장애 중에서도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게 시각장애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를 이겨내 왔다"면서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다소 고통에 있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자는 당부의 말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50년 국악인생 스토리가 담긴 제자발표회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인천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열린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