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된 통행로', 올해 민원만 3만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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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창고 된 통행로', 올해 민원만 3만여건
광주 곳곳 차량·화분 등 방치||시민 “안전 위험·도시미관 해쳐” ||과태료 부과 없고 관리인력 부족 ||구 “인력 부족…민원 해결 벅차”
  • 입력 : 2021. 12.30(목) 17:10
  • 정성현 기자

지난 28일 광주 동구 동명동 인근 골목에 오래된 자전거가 방치돼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이고, 전동 휠체어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길 가도 못 혀. 길에 차며 화분이며 온 갖 것들이 막고 있는디 어떻게 지나간다요."

광주시 도로와 골목길 곳곳에 불법 주차·적치물 등이 장기 방치되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이 보행로에 설치된 까닭에 안전사고 위험과 도시 미관을 해치는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지만, 정작 단속해야 할 행정기관은 "노력하겠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1시께 찾은 광주 동구 동명동.

이곳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인근 카페를 찾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길을 따라 잠시 걷자, 오래된 자전거·폐화분·건축자재 등이 무더기로 쌓인 골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엔 담배꽁초와 과자봉지 등이 즐비해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김세원(22·여)씨는 "인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의외로 동명동 곳곳에 이런 장소가 많다"며 "예쁜 카페 앞에서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싶어도, 주변의 여러 잡동사니들 때문에 포기하고 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리단길'이라는 이름 때문에 타지 사람들도 이곳에 많이 놀러 오는 것으로 안다"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인 만큼, 최소한 눈에 보이는 곳이라도 깨끗하게 관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광주 동구 동명동 인근 도로에는 공사가 끝나고도 건설 자재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시민들이 원활한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서구 풍암동 인근 도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찾아간 장소에는 인근 원룸 주택에서 설치한 큰 화분과 불법 주차 된 차량 한 대가 보행로를 막고 있었다.

해당 보도는 계단 뿐만 아니라 자전거·휠체어 등 인근 주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걷지 않는 이상 이곳을 지나다닐 수 없게 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 주차 돼 있다.

노인 전동차를 타고 주변을 지나던 김모(78·여)씨는 아예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바로 위 건물에 살아 이 길을 정말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차량이 떡 하니 막고 서 있으니 지나다닐 수가 없게 됐다"면서 "돌아가게 되면 이 짧은 거리가 몇 배나 길어진다. 한 번은 그냥 지나가볼까 하다가 바퀴가 계단에 걸려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며 위험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차량 주인을 찾아 보려고도 했으나, 이제는 포기하고 이 길이 없는 셈 치고 다닌다"며 "행정기관에서는 뭘 하는 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 상황이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광주 서구 풍암동 인근 도로에 오랜 기간 차량과 큰 화분이 방치돼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데에는 행정기관 내 관리·단속 인력의 부족과 적발에도 형식적인 계도 조치만 이뤄지고 있는 탓이 크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들어온 광주 노상 적치물 민원은 총 3만267건(자진정비 2만96건·강제정비 1만171건)이다.

반면, 각 구마다 '법질서 단속반'이라는 명목으로 배치된 인원(△동구 5명 △서구 6명 △남구 3명 △북구 4명 △광산구 11명)은 그 민원 수를 해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처벌도 문제다. 도로법 제38조(도로의 점용) 및 제4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에 따라 도로에 장애물을 놓는 자는 과태료(최대 150만원)를 물게 돼 있으나, 현재 각 지자체는 단속에 걸려도 대부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올 한해 적치물 단속 중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담당 인력이 있지만, 현재 들어오는 민원 수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모든 구가 다 그럴 것"이라며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 점검을 통해 단속한다. 과태료의 경우에는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고, 수 백 건의 단속에 죄다 벌금을 물 수 없어 대부분 계도 조치로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현행 유지에 초점을 두고 들어오는 제보 해결에 최대한 힘 쓸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