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배은심 여사가 어제 향년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아들의 뜻을 이어받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배 여사는 아들이 떠난지 35년만에 아들 곁으로 갔다. 열사 아들과 투사 어머니라는 각별한 삶을 살다간 모자의 죽음에 각계각층과 광주 지역사회가 비통해하며 추모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광주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최근 지병이 악화돼 수술을 받은 뒤 귀가했지만 그제 쓰러져 조선대병원에서 끝내 숨졌다.1987년 6월 9일 연세대생으로서 민주화 시위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6월 민주항쟁의 불길이 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평범한 주부였던 배 여사의 삶은 아들 죽음을 계기로 민주화 투사로 바뀌었다. 배 여사는 '한열이의 이름으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해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1929-2011) 여사와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1928-2018)씨 등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시위와 집회가 열리는 현장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힘을 보탰다. 배 여사는 유가협 회장을 맡아 1998년부터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평생을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투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6월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5·18민주화운동 주역과 함께 '민주주의, 인권의 도시' 라는 광주의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손색없는 삶을 산 레전드같은 광주의 어머니였다. 큰 족적을 남기고 아들 곁으로 간 고인의 유지를 온전히 기리고 민주유공자법 제정과 같은 고인의 못다 이룬 꿈의 실현은 이제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배 여사의 장례식은 유족등과 협의를 통해 11일 사회장으로 치러지고 광주 망월묘지공원 8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그의 아들은 35년전 국민장으로 망월묘지 제3묘역에 안장됐다. 두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