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원 편집국장 |
단일화의 키(Key)를 쥐고 있던 안철수 후보의 태세 전환은 더 충격적이었다. 안 후보는 보수진영의 거듭된 단일화 요구와 압박에도 "단일화는 다 끝난 얘기"라며 일축하고, 유세차량에서 숨진 선거운동원을 애도하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혔기에 지지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윤 후보를 상대로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안 후보는 지난달 울산 유세에서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나.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아무리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안 후보가 수많은 국민 앞에서 단일화를 부정하고, 윤 후보를 비난하며 쏟아낸 수많은 말을 뒤로하고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초박빙의 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역대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자주 이뤄졌다. 1997년에는 김대중-김종필 단일화로 DJP연합이 출범해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끌었다. 2002년에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사됐다. 대선 전날 정몽준의 단일화 파기 선언이 있었지만, 오히려 표 결집 현상이 이뤄져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다.
이번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과거 단일화만큼 지지율 급상승을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두 후보 간의 이념적, 정책적 괴리가 큰 탓도 있지만, 정치인이 평소 소신이나 철학, 국민과 약속을 저버렸을 때 민심은 준엄하고 혹독한 심판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번 단일화에 유권자들은 어떤 점수를 줄까. 오는 9일 공개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