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안 단일화'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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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윤-안 단일화' 성적표는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2. 03.06(일) 14:28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편집국장
지난 3일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발표가 막판 대통령 선거판을 흔들었다. 처음 속보가 떴을땐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그간 윤석열, 안철수 양 진영에서 서로를 추켜 세워주는 등 낌새라도 보였다면 몰라도, 선거 내내 지속된 날이 선 설전에 '단일화는 물 건너갔구나'하는 예측이 자연스러웠던 터라 깜짝 놀랐다. 전날 밤 TV토론 때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던 두 후보가 아침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이 낯설었다. 사실상 '닥치고 정권교체'로 읽힌다.

단일화의 키(Key)를 쥐고 있던 안철수 후보의 태세 전환은 더 충격적이었다. 안 후보는 보수진영의 거듭된 단일화 요구와 압박에도 "단일화는 다 끝난 얘기"라며 일축하고, 유세차량에서 숨진 선거운동원을 애도하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혔기에 지지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윤 후보를 상대로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안 후보는 지난달 울산 유세에서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 당선되면 어떻게 되겠나.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며 윤 후보를 직격했다.

아무리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안 후보가 수많은 국민 앞에서 단일화를 부정하고, 윤 후보를 비난하며 쏟아낸 수많은 말을 뒤로하고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초박빙의 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역대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자주 이뤄졌다. 1997년에는 김대중-김종필 단일화로 DJP연합이 출범해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끌었다. 2002년에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사됐다. 대선 전날 정몽준의 단일화 파기 선언이 있었지만, 오히려 표 결집 현상이 이뤄져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다.

이번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과거 단일화만큼 지지율 급상승을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두 후보 간의 이념적, 정책적 괴리가 큰 탓도 있지만, 정치인이 평소 소신이나 철학, 국민과 약속을 저버렸을 때 민심은 준엄하고 혹독한 심판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번 단일화에 유권자들은 어떤 점수를 줄까. 오는 9일 공개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