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사고 10일째인 지난 1월20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뉴시스 |
경찰은 인허가 과정의 비리 등 구조적 비위를 들여다보며 책임자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28일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국과수·건설사고조사위 등 전문기관 조사 결과, 이번 붕괴사고는 데크플레이트 시공 방식 변경과 지지대 미설치 등이 복합 작용해 붕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현장 관계자들이 구조검토 없이 39층 바닥 시공법을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임의 변경하면서 PIT층에 수십톤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대(역보)를 설치해 하중을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또 36~38층 3개 층에 지지대(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아 지지력이 약해졌고, 미흡한 품질관리로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이르지 못해 연쇄 붕괴됐다는 설명이다.
수사본부는 이번 붕괴사고가 시공사, 하도급업체,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현산 현장소장 등은 구조검토 없이 하도급업체가 공법을 변경해 시공하도록 했고,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등은 공사의 용이성 등을 이유로 안정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공법을 임의 변경했다"며 "공사가 설계도대로 시공되지 않을 경우, 공사 중지 또는 시정 조치를 해야하는 감리 역시 시공방법이 변경된 공사 진행을 묵인하는 등 공사 전반에 대해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현산 관계자 8명, 하도급업체 관계자 5명, 감리 3명, 서구청 공무원 1명, 기타 3명 등 총 20명을 형사입건됐다. 이 중 현산 관계자 3명, 하도급업체 관계자 2명, 감리 1명 등 혐의가 중한 6명은 구속됐다.
공사 인허가 과정의 불법 재하도급 등 구조적 불법 비위도 드러났다.
철근콘크리트 공사 하도급업체가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레미콘업체에 재하도급한 것이다. 일당이 아닌 콘크리트 타설량으로 노무 계약을 맺거나 하도급업체가 추상적인 업무지시만 내리는 등 불법 재하도급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또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가 23필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부지를 매입 후 이전등기를 생략하고, 양도세를 포탈하는 등 정황도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서구청 공무원 1명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당 공무원은 단속에 나가기 전에 해당 업체를 미리 만나 민원 정보를 귀띔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혹은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수사본부는 향후 △현산 본사의 안전관리 미흡 등 부실 공사 책임 유무 △콘크리트 품질 관리와 관련해 업체의 불법 행위 등을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산 본사에 대해서도 수사의 칼날을 겨누겠다는 의지다.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2개 단지에는 총 6명의 품질관리요원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 배치됐다. 인건비 절감 등 목적으로 현산 본사에서 필수 인력보다 적은 인력을 배치해 현장 내 품질 관리가 부실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인사권자인 현산 대표이사 역시 경찰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관계 기관에 통보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이번 붕괴사고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불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 있도록 엄정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