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유순남> 대화는 공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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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유순남> 대화는 공감하는 일이다
유순남 수필가
  • 입력 : 2022. 04.19(화) 12:57
  • 편집에디터
유순남 수필가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타들어 가는 국민의 마음을 봄비가 적셔주었다. 단비에 맞춰 새로 구입한 밭에 여러 가지 유실수 묘목을 심었다. 밭 한쪽에는 감자와 고구마를 심고, 가장자리에는 드릅 나무를, 언덕에는 머위 뿌리를 심었다. 길가 쪽에는 소나무와 동백 그리고 할미꽃을 심고 몇 가지 꽃씨도 뿌렸다. 녹색 울타리를 치고 나니 제법 농장 같다. 이제 블루베리에 새 망을 치고, 풀 나기 전에 제초 매트만 깔면 봄 일은 대충 마무리될 것 같다.

묘목에 싹이 텄다 지기를 몇 번이나 하고, 천둥과 비바람을 수차 겪으면서 가지가 열매의 무게를 견딜 정도로 굵어지려면 사오 년은 걸릴 듯하다. 그 사이에 퇴비도 해야 하고, 때로는 해충 약도 해야 하겠지. 해충, 풀, 새, 고라니와 대화가 된다면 조금씩 나눠 먹어도 되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옥녀봉 자락에 있는 밭은 울타리를 치지 않아서 고라니 때문에 농사를 망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고구마 잎을 먹어 치우더니, 다음에는 땅콩 잎을, 그다음에는 털이 있는 콩잎까지 먹었다. 노루 망을 치고 나서야 겨우 감자와 토란을 수확할 수 있었다. 대화 없이 서로의 입장만 생각해서 빚어진 결과다.

올해는 높은 산이 없어 사방이 온통 녹색물결을 이루는 무안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필자는 여자 신입생 한 명과 2학년 남학생 세 명으로 구성된 학급의 수업을 돕는다. 2학년 남학생 중 한 명은 작년 10월에 러시아에서 왔는데, 온 가족이 러시아인이라 집에서 러시아 말만 사용해서 의사소통이 안 되어 수업이 어렵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처음 겪어보았다. 학교에서는 교육청에 협조를 구해 러시아어 선생님에게 하루에 3시간씩 우리말을 배우게 해주었다.

지난달 전국장애인연합회 회원들이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지하철을 타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준석 '국민의 힘'당대표는 "전장연은 조건을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하라" 하면서,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시위 지속한다."라고 비난했는데, 사람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했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정치는 소외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수가 많은 비장애인의 편을 드는 것은 지극히 개인 정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도 내놓고 장애인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위 방법을 비난한 것이다.

모든 일은 대화로 푸는 것이 최선이다. 대화는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로의 눈을 보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자기 생각을 전하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서로 공감하는 일이다. 마음이 지극히 맑은 사람은 대화 없이 표정이나 행동만으로도 사람은 물론 동식물과도 교감한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 관계도 아니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도 아닌데 그렇게 서로 불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대표는 전장연과 대화 부족이 아니면 공감을 못하거나 공감하면서도 자기 입장에 사로잡혀 상대의 마음을 읽고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용자는 총 사십 명 중 장애인이 일곱 명이고, 나머지 서른세 명이 노인, 임산부,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비장애인의 사용이 장애인의 사용률의 5배 정도에 달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선천적인 장애인이 12%이고 후천적인 장애인이 88%라고 한다. 노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른다.

장애인이 편해야 비장애인도 편하다는 말이 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정상적인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장애인들이 힘들게 이동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는 전장연과 대화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법안을 하루속히 만들어서 그들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할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