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거장 '임농 하철경'의 실명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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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거장 '임농 하철경'의 실명 소설
  • 입력 : 2022. 08.25(목) 13:58
  • 이용환 기자
임농. 삼사재 제공




임농

이용호 | 삼사재 | 2만원

남종문인화풍의 산수화는 조선 중기부터 수용돼 조선 후기에는 진경산수의 밑거름이 됐고 말기에는 독자적인 양식으로 크게 성행한다. 특히 조선 말기 남도에서는 '의경'을 중시하는 중국 원나라 시기 남종문인화 양식을 기반으로 '남도 지역의 서정적인 감성'을 독자적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이는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운림산방의 3대인 남농 허건은 남종화의 정신과 기법을 기반으로 한국의 실경과 향토적 정취를 그려낸 이른바 '남농 산수'라는 독자적 경지를 이룩했다. 중년 이후에는 특유의 갈필법을 사용한 '신남화'라는 그만의 화풍을 완성시켰다. 산수화 이외에도 인물, 화조, 시화 등 다양한 화제를 통해 본인만의 독특한 표현양식을 확립하면서 남종문인화의 화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오늘날 남도 화단의 큰 산맥을 형성해 근대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런 남종문인화의 계보를 잇는 이가 임농 하철경이다. 임농은 '남농 허건으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은 마지막 제자이면서 남농 허건의 '손주사위'로 현역 화가이면서 한국 수묵화의 보기 드문 화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승의 기법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조형 화법으로 발전시키면서 전통을 계승하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소설가 이용호가 최근 임농 하철경 화백의 성장과정을 다룬 실명소설 '임농'을 펴냈다. 책은 '임농 하철경'의 삶과 그림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흔한 자서전의 형식이 아니다. '하철경'이라는 인물에 대해 관찰하고 취재해서 쓴 작가만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줄기도 사실에 근거했지만 상당 부분은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이다.

확보한 자료를 철저히 확인하고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고증한 책이기도 하다. 비단 고증에 그치지 않고 고증을 기반으로 상당 부분 상상을 담아 재구성해 입체적인 전체를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소치 허련에서 이어지는 남종문인화의 계보와 소치 허련의 스승인 추사 김정희에 대한 공부를 했다. 임농 하철경의 인생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공간인 진도와 목포를 오가며 다양한 자료도 확보했다.

책에는 주인공인 임농 하철경과 그의 스승인 남농 허건, 그의 가족들, 남농 허건의 문하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소치 허련으로부터 이어지는 남종문인화의 계보, 소치 허련의 스승인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 동양화의 작법, 남농 허건의 수석관을 지을 당시의 정경, 다방에서 목포의 예인들이 담소를 나누는 정경, 남도인의 미술사랑 등도 담아내 누구나 즐겁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동양화 입문서로 제격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