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음 충격"…보육원 출신 청년 또 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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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친구 죽음 충격"…보육원 출신 청년 또 극단 선택
시설 퇴소 후 부친과 생계 이어가||최근 우울감 악화·삶 비관 등 토로||전문가 "경제·심리 상담 등 대책 필요"
  • 입력 : 2022. 08.25(목) 09:06
  • 정성현 기자
광주 광산경찰서.
보육원 출신의 새내기 대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또 다른 보육원 출신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홀로서기'에 나선 보육원 출신 청년 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5일 광주 광산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17분께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A(1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소방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인근 장례식장에 안치된 상태다.

경찰은 A씨가 당일 오전 2시께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고층으로 올라가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사망 직전 A4용지 수 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는데, 내용에는 '최근 친구 B(17)씨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삶이 너무 고달프다. 친구·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메모가 적혀진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 속 친구 B씨는 지난 18일 새벽 1시30분께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집에 머물다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A씨와 연인 관계였다.

A씨는 만 18세까지 지역 모 보육 시설 등지를 전전하다, 지난해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사는 임대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보육 시설 거주 가능 연령이 기존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6년 늘어났지만, 홀로 사는 아버지 등의 이유로 '퇴소'를 선택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 등으로 부친과 함께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올해 초, 북구의 한 대학교 보건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가 얼마 안가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소년 상담센터 등에서 주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은 이력도 확인됐다. 그는 최근 상담에서 우울감 악화를 비롯, 삶을 비관하는 내용 등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경찰 관계자는 "평소에도 우울감을 호소했다는 주변 진술 등이 있다"며 "추가 조사를 거치겠지만,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기타 특이점이 없다면 수사를 내사 종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앞서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이던 C씨(18)는 금전 문제를 고민하다 지난 18일 오후 4시25분께 대학교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가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그는 최근 보육원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홀로서기가 두렵다. 돌봐주는 사람도 없어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보호 종료 아동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제·심리 상담 등 이들을 위한 체계적 지원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아권익연대 관계자는 "보육기관의 교육은 일반 가정에서 보호자 아래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관리와는 차이가 크다. 학교에서부터 경제관념 등에 대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상빈 광주 동구청소년상담센터장은 "보호 종료 청소년들은 본인들의 힘듦을 마땅히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사회적 은둔' 상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자립 후에도 가정 방문 상담 등 기관과 연계될 수 있는 관련 대책들이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