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병원 원형 보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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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적십자병원 원형 보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
5·18기념재단 ‘오월길 사업 활성화 방안’ 용역 보고회||설계 공모 앞서 공론화 위해 실시 ||전시·창작공간, 카페테리아 마련 ||미래세대 타깃 다크 투어리즘 거점
  • 입력 : 2022. 12.14(수) 17:37
  • 도선인 기자
14일 오전 광주 동구 5·18기록관에서 5·18 기념재단이 옛 적십자병원 활용 방안 등을 다룬 오월길 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1980년 5월 당시 부상자를 치료하고 시민들의 헌혈 행렬이 줄을 이었던 옛 적십자병원 일부를 오월길 탐방객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역사적 비극이 일어났던 곳을 최대한 보존해 체험함으로써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의 거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5·18기념재단은 14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오월길 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회를 진행하고 현재 방치된 옛 적십자사병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내년 광주시의 옛 적십자사병원 설계 공모에 앞서 활용방안 공론화 차원에서 제시되는 안이다. 5·18재단 측은 연구결과를 광주시와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동구 불로동에 있는 옛 적십자사병원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본관동 △지상 2층 규모의 별관 △지상 1층 규모의 영안실 △지상 2층 규모의 기아보호소 등 4개 건물로 구성돼있다. 특히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건물을 최대한 원형 보존하고 내부 콘텐츠를 구성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됐다.

내부 콘텐츠 내용으로는 본관동 층별로 △전시공간 △기념품 샵 및 카페테리아 △여행자센터 △도서 및 라운지 △청년작가들을 위한 공방 및 창작소 등의 공간이 제안됐다. 특히 3층 공간을 광주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때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아닌 과거의 모습을 그래도 둬 광주의 '다크 투어리즘' 대표 공간으로 연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옛 적십자사병원의 경우 과거 입원실의 인테리어가 숙박시설의 콘셉트가 될 수 있다.

별개로 본관동 건물 앞마당에는 '오월광장'과 연못과 같은 친수공간을 제시해 시민 친화적 공간의 특징을 더했다.

광주 시민들이 지난달 22일 동구 옛 적십자사병원을 탐방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지난해 8월 광주시가 옛 적십자사병원 건물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한 결과, 본관동·별관·영안실은 'D등급', 기아보호소는 'E등급' 판정이 내려졌다.

철거가 불가피한 노후화된 건물인 만큼 복원과정에서 안전 확보가 관건으로 보인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헌혈공간으로 사용된 영안실 건물은 구조안정성 평가 결과에 따라 철거도 고려되고 있지만, 시민공간이라는 상징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용역을 진행한 문창현 광주전남연구원 박사는 "생생한 역사적 재현과 복원을 통한 실감 콘텐츠형 전시와 체험 기반 구축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며 "특히 오랫동안 방치된 옛 적십자사병원은 과거 슬픔을 간직한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오월길 탐방 프로그램의 거점 기능도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승 호남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옛 적십자사병원 복원은 기존의 다른 사적지와 달리 미래세대를 겨냥해 진행돼야 한다. 5·18을 경험하지 않은 미래세대에 보다 직접적으로 5·18을 알릴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며 "5·18 사적지가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광주가 인권도시·다크 투어리즘의 도시로 브랜딩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남학원은 지난 1996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옛 적십자사병원 건물을 매입해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운영하다 2014년 휴업했다. 서남학원은 경영 부실 등으로 2018년 교육부로부터 폐교 명령, 처분허가 승인을 받아 교직원 체불임금 지급 등을 위해 2019년부터 옛 적십자사병원 공개 매각을 추진했고, 민간으로 넘어가면 아파트 건립 등으로 사적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5월 단체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광주시가 지난해 7월 88억5000만원에 공공 매입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