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마크. 뉴시스 |
27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 두면 피해자가 수령해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에는 살인이나 성범죄, 강도, 사기, 절도 등 사건에서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 감경요소(일반양형인자)로 규정돼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합의가 원칙이나, 만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피고인은 형사공탁을 통해 피해자에 대해 피해를 회복해 줄 수 있다.
기존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했다. 공탁자인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포함해 피공탁자인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두 공탁서에 기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공탁을 위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제공동의신청 등 재판부에 요청하는데, 상당수 피해자가 원치 않아 형사공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거나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 협박하는 등 2차 가해가 이뤄지기도 했다. 또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합의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 형사공탁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피고인 입장에서 합의 역시 쉽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합의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을 용서하는 취지에서 일정한 합의금을 받고, 합의서에 피해자와 피고인 양 측이 서명날인해야 이뤄진다. 간혹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합의가 불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어려움에 형사공탁사건 신청건수도 급격히 줄어 들어왔다.
사법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형사변제공탁사건 신청건수는 △2017년 1만328건(5.13%) △2018년 5456건(2.53%) △2019년 3455건(1.69%) △2020년 2852건(1.39%) △2021년 9월 1639건으로 집계된다.
개정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 시행으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접촉을 거부하거나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공탁할 수 있게 됐다. 또 사건번호만 알아도 공탁이 가능해지는 만큼, 형사공탁 신청건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성폭력 등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용서할 의지가 없음에도 피고인이 무작정 공탁금을 맡기는 일방적 공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법관은 선고 형량을 정할 때 통상의 합의 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이 피해회복금으로 공탁된 경우를 감형 참작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감형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탁금 회수 여부에 따라 양형 반영을 달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A변호사는 “형사공탁법이 개정됐다고 해도, 양형 참작 여부는 온전히 법관 재량에 달렸다”며 “그럼에도 공탁 행위 그 자체만 고려할 게 아니라, 피해자가 공탁금을 회수했는지 여부를 각각 달리 양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들을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공탁금이 피해회복금으로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아 국고로 귀속된 전국 법원 공탁금은 최근 3년 연속 1000억원이 넘었다. 공탁금은 15년간 당사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대법원의 ‘법원별 공탁금 국고 귀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법의 공탁금 국고 귀속 건수는 △2017년 2073건(전국 4위) △2018년 1447건(전국 4위) △2019년 2318건(전국 2위) △2020년 2666건(전국 1위) △2021년 2286건(전국 1위)다. 전국 159개 법원 가운데 가장 많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초반에 공탁금 출급·회수와 관련된 사항을 안내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도 돈을 찾아가지 않을 경우 국고 귀속 예정도 공지하고 있다”며 “또 법원 홈페이지와 법원 정문에 홍보물을 부착하는 등 (제도에 대해) 적극 알리고 있다. 앞으로도 피해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garam.y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