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35년만의 5·18 청문회 '주목'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진상조사위, 35년만의 5·18 청문회 '주목'
조사위, 발포 경위·책임자 청문회 실시
일부 절차 남았지만… 가능성 매우 높아
5·18관련은 1988년 5공 청문회가 유일
헌정사상 최초 청문회… 시청률 81%
“군 수뇌부 증언 없다면 한계 부딪힐수도”
  • 입력 : 2022. 12.27(화) 17:41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강주비 수습기자 jubi.kang@jnilbo.com
1988년 국회청문회에 출석한 5·18 관련 광주 원로인 고 송기숙 교수, 고 조비오 신부, 고 명노근 교수, 고 윤영규 장로.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청문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3월에서 5월 사이 개최 시기를 특정했고 주요 쟁점은 발포경위 및 책임, 중대 인권 침해사건, 민간인 집단학살, 가(암)매장 실상 등이다.

아직 절차는 남아 있다. 청문회 진행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전원위원회 결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원들 대부분 청문회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라 내년 활동기한이 종료되기 전 진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의 최대 관건은 출석 거부 시 어떤 제재를 가할수 있냐는 것이다. 조사위는 불출석 시 ‘상당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인데, ‘벌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으로 추정된다.

청문회가 개최된다면 35년만이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청문회는 지난 1988년 제5공화국 비리 관련 국회청문회가 유일하다. 당시 청문회는 유신헌법에 따라 폐지됐던 국정감사제도가 다시 도입되면서 가능해졌다. 노태우 정권 아래 구성된 여소야대 정국도 한몫했다. 이때 국회는 5공비리특위와 함께 광주특위를 구성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을 공론화시켰다.

청문회에서 그동안 일반 국민들이 볼 수 없었던 5·18민주화운동 현장 화면이 가감 없이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됐다. 또 전두환을 비롯해 이희성 5·18 당시 계엄사령관, 정호용 5·18 당시 특전사사령관, 장세동 5·18 당시 특전사 작전참모 등 주요 책임자들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고 조비오 신부가 청문회에 출석해 헬기사격 등의 여부를 최초로 증언하면서 ‘자위권 발동에 의한 발포’라는 계엄군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1988년 국회청문회에 출석했던 주남마을 버스총격 사건의 생존자 홍금숙씨는 “버스 승객 18명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나머지는 즉사, 총살 당했다”고 증언해 계엄군의 만행을 알렸다. 시민들이 5·18을 ‘폭동’이 아닌 ‘학살’로 이해하게 된 전환점이 된 것이다.

1988년 국회청문회는 최고 시청률 81%를 기록하는 등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렸고 전두환이 백담사 은폐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이 목적이 아닌 제5공화국 정치적 종결을 위한 통과 의례적인 성격이 강했다.

홍금숙 씨 역시 당시를 회상하며 “의원들이 5·18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이뤄진 청문회였다. 만족스러운 청문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1988년 국회청문회는 5·18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고 5·18특별법 제정의 기반이 됐지만, 발포명령자 규명 등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내년에 청문회가 열린다면 1988년 국회청문회와 달리 군 지휘부, 수뇌부, 투입된 계엄군 등이 출현할 것으로 보여 실체적인 증언이 나올 수도 있다.

김희송 5·18조사위 위원은 “청문회는 조사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제 수단이다. 인정되는 사유 없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면 조사위가 상당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필요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시기적으로 조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니라 충분한 역량이 갖춰진 후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회를 열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1988년 국회청문회는 5·18에 관한 연구나 정보 공개가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데에 그쳤다. 가해자들이 어떤 작전을 통해 어떤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번 청문회에서는 사회적 관심이 큰 문제를 다룰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여러 차례 조사가 됐지만, 여전히 ‘왜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암매장, 사망자 숫자, 발포명령자 등에 대해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강주비 수습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