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국보’의 예술성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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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국보’의 예술성을 파헤치다
무관의 국보
배한철 | 매일경제신문사 | 2만원
  • 입력 : 2023. 02.23(목) 13:2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무관의 국보.
국보·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걸작 문화재 35점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현재 국보 354건, 보물 2705건 등 3059건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당장 국보, 보물이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국보급 문화재도 무수하다. 저자 배한철은 국보, 보물이 아니어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또는 잊고 있었던 숨은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내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밝혀내고자 했다.

책에 소개된 한 사례를 들어보자. 1926년 경주역 부근 철로 확장 공사가 벌어졌다. 공사를 위해 저지대 땅을 돋우기 위한 토사가 필요했는데 인근 고추밭으로 쓰이던 둔덕을 채굴하기로 했다. 그 고추밭은 마침 대릉원(경주에 있는 옛 신라의 왕, 왕비, 귀족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고분 밀집지역) 인근이었다. 땅을 파보니 토기나 토우가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이때 출토된 것들은 금관, 금목걸이부터 동물형 토기, 인간 생활상을 조각한 토우 등 다양하다. 고대의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 문헌은 극도로 부족한데, 우연히 파헤친 둔덕에서 오래된 과거의 다채로운 표정과 일상을 담아낸 토기, 토우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일은 참으로 한숨 돌릴 일이다. 일제하에 있던 시기라 발굴현장에서 무식한 일본인들 손에 보물이 놀아났다는 일화는 안타깝다.

이외에도 김명국 필 달마도, 강희안 필 고사관수도, 이경윤 필 고사탁족도,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화첩…. 미술교과서를 통해 또는 국내외 전시회, 언론을 통해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이들 작품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에도 불구, 여전히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있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라는 점이다. 소장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문화재의 특성, 출처 및 작가 불분명 등 사정은 여러 가지다.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가치가 매우 높지만. 국보, 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그런 걸작 문화재가 전국 국립박물관 등에 여전히 산재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품에 집중하지 않고 제작되고 발견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당시의 시대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이야기로 문화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한국사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준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