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고려 비색(翡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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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천하제일 고려 비색(翡色)
최도철 미디어국장
  • 입력 : 2023. 02.27(월) 17:13
최도철 국장
청자는 중국이 먼저 만들었으나, 그 미려함을 꽃피운 것은 고려였다. 도자기의 푸른색을 말하는 비색을 두고도 두 나라의 한자가 다르다. 송나라는 ‘황제만 쓸 수 있는 비밀스러운 색깔’이라 하여 숨길 비(秘)자를 쓰고, 고려는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인데, 파랑도 초록도 아닌 오묘한 빛깔이라 하여 물총새 비(翡)자를 쓴다.

고려청자만의 ‘비색(翡色)’을 두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학자 최순우는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맑은 하늘빛”이라 표현했고, 글감옥 ‘해산토굴’에 스스로 갇혀 오롯이 인간 성찰의 도구로써 글을 써왔던 한승원은 ‘참선하는 스님들의 깨달음, 무소유의 마음과 닮은 색’이라 했다.

우리나라에 청자가 등장한 시기를 두고 학설이 분분하지만 일반적으로 9세기로 알려졌다. 이후 11세기 중엽 중흥기를 거쳐 한층 세련미가 더해지고 운학문 같은 독자적 문양이 생겨난다.

청자 제작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2세기에는 비색과 조형미가 최고조에 이른다. 이 무렵에 제작된 대표적인 작품이 국보 제68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靑磁 象嵌雲鶴文 梅甁)’이다. 민족 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이 기와집 20채 값을 치르고 산 그 청자다.

고려 비색을 본 중국 관리들도 찬탄을 금치 못했다. 1123년 고려에 사절단으로 온 남송의 서긍은 청자의 색택에 감탄해 사자모양 향로가 보여주는 비색을 ‘가히 일품’이라 극찬했고, 남송학자 태평노인도 ‘수중금(袖中錦)’에서 송 청자의 비색(秘色)이 아닌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을 천하제일로 꼽았다.

고려의 비색청자는 ‘강진 고려청자 요지’에서 탄생한다. 국보, 보물로 지정된 청자 8할이 좋은 흙과 땔감이 풍부한 강진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다.

1000년 고려청자의 본향, 강진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51년 청자축제 역사 가운데 ‘첫 겨울 개최’라는 강진군의 새로운 도전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열리는 ‘제51회 강진청자축제’는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 일대에서 23일부터 3월 1일까지 개최돼 연일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축제에서는 한국민화뮤지엄, 명품청자 전시장 등 현장 순회와 함께 화목가마 요출 작품에 대한 즉석 경매 이벤트도 열렸다.

고려청자 특유의 오묘한 비색과 수려한 상감 문양이 새겨진 작품들이 경매에 등장할 때마다 관람객들의 탄성이 쏟아졌다고 한다.

새봄맞이 힐링 축제 ‘강진청자축제’가 이틀 남았다. 봄바람 싱그러운 날, 누천년을 살아온 우리 선인들의 그윽한 정서가 담겨있는 고려청자의 비색을 감상하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