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꿀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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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꿀벌의 위기
  • 입력 : 2023. 04.04(화) 18:14
이용환 논설위원.
“꿀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류의 미래마저 위협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다소 엉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지만 특정한 곤충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는 이례적이었다. 유엔이 주목한 것은 벌이 대규모로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였다. 2006년부터 시작된 벌집군 붕괴는 불과 2년여 만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유럽과 아시아까지 번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니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벌은 대략 1억 5000만 년 동안 생태계를 지켜온 지구의 터줏대감이라고 한다. 가치도 엄청나다. 유엔환경계획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벌의 수분 기능에만 연간 380조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질 경우 인류가 재배하는 식물의 70%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국제 환경단체 어스워치는 플랑크톤과 박쥐, 곰팡이, 영장류와 함께 꿀벌을 지구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벌이 사라지면 불과 4년 뒤 인류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꿀벌은 또 가장 민주적이면서 사회적인 곤충이다. 꿀벌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갈 때 최적의 집터를 집단의 선택으로 결정한다. 날갯짓과 춤으로 의사를 소통하고 각자 역할을 나눠 집단 지성의 사회도 만들어간다.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이를 부화시키고 먹여 살리는 것도 철저한 분업으로 이뤄진다. 그야말로 집단 지능을 가진 초유기체인 셈이다. 지능도 뛰어나다. 얼마 전 호주 왕립 멜버른 공대 연구진은 꿀벌들이 숫자 ‘0’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봄을 맞아 꿀벌이 집단폐사하면서 양봉업계가 망연자실해 있다. 특히 전남에서는 조사대상의 60%인 16만 군의 꿀벌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벌통 하나에 2만여 마리의 꿀벌이 사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계산으로 3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이다. 전국적인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신비에 가까운 벌의 재능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 못지 않는 인류의 재난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어쩌면 미물에 불과한 곤충이지만 지구 생태계의 미래를 책임질 ‘꿀벌의 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봄날이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