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프로스포츠계 모럴 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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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프로스포츠계 모럴 해저드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4.05(수) 17:36
최동환 부장
올해 프로스포츠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심각하다. 성범죄, 뒷돈 요구, 배임 혐의, 승부조작 징계자 사면 등 도덕적 위험이 끊이질 않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할 도리를 다하지 않음을 탓하는 모럴 헤저드는 당초 보험시장에서 쓰이던 용어다. 보험이란 평소에 보험료를 납부해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보호를 하는 제도이다.

사람들은 보험 제도가 없을 때는 화재나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늘 조심했다. 그런데 보험이 나오자 가입자는 사고 발생에 따른 경제적인 사후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심성이 사라지게 됐다.

운전자는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신경을 덜 쓰게 됐고,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보험 가입 후 화재 발생에 주의하는 것을 게을리하게 됐다.

보험회사는 보험을 드는 이들에게 사고 발생시 보상을 보장하는 대신에 가입자들에게는 사고 예방에 대한 주의를 기대하지만 결과는 그 정반대인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요즘 프로스포츠계에서 발생하는 모럴 해저드 사례들을 보면 참 가관이다.

지난달 23일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서준원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혐의가 드러났다. 서준원은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입건됐고, 지난해말 검찰에 송치됐다.

단장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일도 터졌다. 지난달 29일 장정석 전 KIA 단장이 지난 시즌 FA 자격 취득을 앞둔 박동원과 연장 계약을 논의하면서 계약금을 높여주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고위 간부의 배임 혐의 의혹 사건도 생겼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1일 KBO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중계권 등 여러 사업을 담당하는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한 간부의 배임수재 혐의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적 해이 현상은 프로축구계에서도 일어났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 현직 선수와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이에 여론은 “제 식구 감싸기”라며 대한축구협회의 경솔하고 안이했던 판단을 질타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과와 함께 이틀 뒤 입장을 철회했다

이같은 프로스포츠계의 도덕 불감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징계와 함께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또 선수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자세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