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봄비는 금비(金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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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봄비는 금비(金雨)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3. 04.09(일) 18:07
김성수 부장
‘봄비는 벼농사의 밑천이다’, ‘봄비는 쌀비’등등. 봄비와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 봄비란 삶의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의 계절별 날씨 특성상 봄철에는 건조한 날이 많기 때문에 논에 물을 대기도 만만치 않아 봄비가 넉넉하게 내리면 농사짓기가 수월하고 풍년이 들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한 해 평균 1307.7㎜의 비가 내린다. 이중 상당수 비가 장마철에 쏟아진다. 장맛비는 겨울내 낮아진 댐 수위를 일시에 올리는 효과, 본격적인 영농철 용수로 활용된다. 반면 홍수 피해도 발생하기에 여름 장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장마철 홍수로 인해 수도권 등에서 수 조원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남부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계절별, 지역별 강수의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해 내린 빗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물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댐 용수는 ㎡당 52.7원(2019년 기준)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연간 빗물의 총량(1276억㎡)은 약 6조7200억원에 달한다고 한국환경공단은 예측했다. 물론 모든 빗물이 댐에 모였을 때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빗물의 대부분은 대기로 증발하거나 바다로 흘러간다. 약 25% 가량만이 댐이나 지하수를 통해 재활용된다.

비 가운데 봄비(3~5월에 내리는 비)를 금비(金雨)로 친다. 봄비가 내리면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산불 피해 예방, 가뭄 피해 경감 등의 4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기상청이 지난 2015년 3월 31일 전국에 내린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해봤더니, 2400억원이 넘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해 대기 질이 개선되는 효과는 23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또 가뭄 피해도 줄어 70억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했다. 수자원 확보와 산불예방 효과로 얻은 가치 36억원까지 하면 모두 2400억원이 넘었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광주·전남은 지난 4일부터 사흘간 평균 55㎜의 비가 내렸다. 무려 10일치 용수를 확보하는 ‘반가운 봄비’였다.

그냥 빗방울이 아니라 ‘금방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에 내리는 비가 얼마나 귀한지 새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