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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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4.16(일) 14:26
박간재 부장
중국의 4대 미인은 춘추시대 서시와 전한시대 왕소군, 삼국시대 초선, 당나라 양귀비를 꼽는다.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고 이 4명의 별명을 이어 붙여 만든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는 말의 운율이 잘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태백, 백거이, 왕안석 등 시인 묵객들은 4대 미인에 대한 많은 시를 남겼다.

‘미모에 놀란 물고기가 물속으로 숨고(서시)/기러기는 나는 법을 잊고 땅에 떨어졌다(왕소군)/달은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고(초선)/꽃들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양귀비).’

초선을 의미하는 폐월은 실존인물이 아니고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가공의 캐릭터다. 초선이 밤에 후원에 나와 왕윤의 안위를 빌자 달이 구름에 가렸다고 한다. 왕윤이 “네가 아름다워 달도 부끄러워 모습을 가렸구나”라고 극찬했다. 그래서 그를 폐월이라 칭했다.

이 중 왕소군이 최고 미인으로 극찬 받는다. 전한 9대 황제 선제시절 인물이다. ‘평화를 위해 고향을 떠나게 된 비극적 미인’으로 그려졌다. 즉위 원년 선제는 화공 모연수를 시켜 궁녀들의 화상을 그리게 했다. 화공의 그림 실력이 실물을 따라 잡지 못했던가 보다. 왕소군의 얼굴에 큼지막한 점까지 하나 찍어놓은 탓에 왕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마침 북방 훈족 군주인 호한야 선우에게 공주를 시집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선제는 혈육 대신 후궁 왕소군을 보내기로 했다. 뇌물을 바칠만한 재력이 없던 왕소군은 3년 째 임금의 은총조차 받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왕소군이 떠나는 날에야 실물을 본 선제가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화공 모연수를 징계하며 울분을 풀었다고 한다.

왕소군은 호한야 선우와 함께 장안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에 나섰다. 그녀가 훈족의 땅으로 넘어갈 즈음 기러기 떼가 머리 위를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그녀가 비파를 꺼내 노래를 불렀다. 거기에 나오는 대목이 바로 ‘춘래불사춘’이다.

‘훈의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胡地無花草)/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

그 노래가 어찌나 처연했던지 주변 사람들도 숙연해 했고 하늘을 날던 기러기 떼도 노래에 넋을 잃고 날갯짓 마저 잊은 채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기러기가 떨어졌다’는 의미의 낙안(落雁)이다.

중국의 과장법은 걸러서 들어야 한다지만 왕소군의 예술적 경지는 대단했던 것같다.

미국 CIA가 용산을 도청 했다는 얘기로 민심이 흉흉하다. 국가간 정보전쟁에는 동맹이란 없는 법이다. 남의 나라를 도청해놓고 사과조차 않는 나라나 주권을 침탈 당하고도 군소리 조차 못하는 정부의 대책도 한심하다. 일본은 독도침탈을 노골화 하고 있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재표결 끝에 ‘부결’로 마무리 되며 농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요즘 봄의 기운이 결코 봄 같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