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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청춘
박상지 정치부 차장
  • 입력 : 2023. 04.17(월) 18:05
박상지 차장
16세기 독일 최고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the Elder·1472~1553)가 그린 ‘젊음의 샘’은 청춘(靑春)의 의미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젊음을 갈망하는 노인들이 ‘젊음의 샘’에 몸을 담근 뒤 청춘을 되찾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샘에서 나와 회춘한 노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애를 나누고 시끌벅적한 연회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청춘을 얻고자 했던 이유가 말초적인 쾌락과 환락 때문이었다니. 작품 속 면면을 들여다보면 버나드 쇼의 ‘젊은이에게 젊음을 주는 것이 아깝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청춘은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의미로, 사전에서는 통상 10대 후반에서 20대 전반의 연령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청년 기본법’에서 정한 청년의 기준은 19살에서 34살까지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린 대학생이나 직장 새내기 등 청년이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청춘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청년의 연령대가 높아진 까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를 한 줄로 세웠을때 한가운데 연령은 45살이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33살이었다 하니, 무려 12살이나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최근 청년의 나이를 45세로 높이는 내용의 조례가 일부 가결됐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변화상이지만, 속내엔 청년 나이를 올림으로써 보다 폭넓은 연령대가 청년관련 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회 문제로 고착화된 인구절벽,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강원도는 전남보다 한술 더 떠 중년의 연령까지 높였다. 횡성군은 65살부터 70살을 ‘건중년’으로 부르기로 했다. 노인이 아닌 ‘건강한 중년’이라는 의미다. 노인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 차원이지만 70대 노인도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 있기에 가능했다.
 
청춘은 더 이상 20대, 30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슴속에 풍부한 상상력, 왕성한 감수성과 강한 의지를 품고 있다면 일흔살의 나이에도 청춘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꿈과 미래를 그려가는 도전 정신과 호기심을 잊은 채 쾌락으로만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스무살의 청년일지라도 늙은이가 된다. 지금 당신은 진정한 청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