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욱 부국장 |
우리나라에선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잘 알려진 부산 ‘초원복집 사건’과 ‘안기부 X파일’이 대표적인 도·감청사건이다. 초원복집 사건은 14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1992년 12월11일,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대연동 초원복국식당에 지역 기관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의 승리를 모의한 사건이다. 지역감정 조장과 정권 차원의 불법 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났는데, 불법 도청이 더 문제가 돼 도청했던 사람은 주거침입죄로 기소됐다. 지난 2005년에는 불법 감청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이다. 이 파일에는 제15대 대선을 앞둔 1997년 9월,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중앙일보 사장이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및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추석 떡값 분배 등을 논의하는 대화가 담겼다. 안기부 직원들이 도청해 작성한 녹취록인 X파일은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도청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다. 감청역시 법원 영장 없이 이뤄졌다면 불법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 등의 이유로 지금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미국 기밀문서의 SNS 유출 사건역시 불법 도·감청이다. 적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우방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우리 안방의 안보가 동맹에 의해 뚫린 셈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도청 의혹에 대해 ‘모르쇠’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주권 침해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그런 다음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국익을 챙겨야 한다. 회담의 성과가 없다면, 무능 정부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