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위원. |
보따리는 불과 40여 년 전까지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이어령 작가는 이런 보따리에 대해 ‘이질적인 문화를 담는 데 보따리 이상의 것은 없다.”고 했다. 보따리를 이고 가는 한국 여인을 두고도 그는 한국의 한 시대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싸고 깔고 가리고 매고 덮을 수 있는 보자기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만의 유산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책 보따리부터 엄마가 머리에 인 보따리까지, 정을 담아낸 보따리는 한국 문화의 가장 원초적인 원형이다.”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보따리는 쓸모에서도 최고다. 일상의 자잘한 생활용품이 서로 뒤섞이지만 어느 하나 모나지 않게 어울리는 소통의 가치도 크다. 그러다 보니 보따리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보따리 갖다 놓은 집이 주인이다’는 자기 물건이 있는 데에 따라 인연이 맺어짐을 의미하고 ‘오래 살면 보따리를 바꿔 진다’는 온갖 풍파를 겪는 인생을 보여준다. 웃음 보따리, 꿈 보따리, 희망 보따리 등 어떤 단어와 어울리는 포용도 보따리의 미덕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최근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통 큰 보따리’를 내놔야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서 전남의 협조를 강조한 강 시장의 언급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 안을 보따리에 비유한 것이다. 때 맞춰 25일에는 광주와 전남이 보따리의 가치를 담아 만든 광주 군 공항 특별법이 공포됐다. 누구나 공감하는 ‘통 큰 보따리’는 자연스레 ‘통 큰 결단’으로 이어진다. 벌교에 사는 서부덕 씨는 자신의 전 재산을 담은 보따리를 기부해 감동을 줬다. 행복한 보따리, 상생의 보따리, 기쁨의 보따리, 감동의 보따리…, 강기정 시장은 과연 ‘통 큰 보따리’에 무엇을 담아낼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