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폭력에 은둔생활… 관심으로 마음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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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차별·폭력에 은둔생활… 관심으로 마음 열어야”
‘전국 최초’ 광주시 지원센터 역할은
‘은둔형 외톨이’ 조례 제정 후
지난해 4월 ‘전국 최초’ 개소
생활습관 개선·상담 프로그램
가족 교육 통해 당사자 소통도
  • 입력 : 2023. 06.06(화) 18:03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센터 제공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센터 제공
 “많은 은둔형 외톨이들이 주위에서 받은 차별과 폭력의 상처로 인해 은둔을 선택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관심이 꽁꽁 닫아버린 그들의 마음을 여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전국 최초로 지난해 4월 개소한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센터) 백희정 사무국장의 말이다. 또래 여성을 살해·유기한 정유정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외부와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제2의 정유정‘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전국 1호인 광주 센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 센터는 광주시의 지난 2019년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조례 제정과 함께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기관으로 조성됐다.

광주 센터는 현재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상담, 교육,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 유형에는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이 있다. 개인 상담은 가정 방문, 온라인, 센터 내방 등으로 당사자와 그의 가족이 1대1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백 사무국장은 “집단 상담은 특히 당사자끼리 자조 모임을 하는 데 큰 의미를 둔다. 당사자들이 모여 ‘대인 관계 훈련’을 하는 셈이다”며 “당초 지난달 6명의 당사자가 자조 모임을 계획했었는데, 대부분이 외출을 어려워해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 운영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당사자 지원 건수는 39건이며 상담 건수는 309건이다.

지난해는 대부분 당사자 가족이 신청한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당사자가 문의한 경우가 더 많아지면서 당사자들이 심리적 지원을 통해 사회에 발을 내디딜지 주목된다.

교육은 ‘가족 교육’이 대표적이다.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당사자와 가족 간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당사자 가족과 소통함으로써 당사자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현재 참여 가족을 모집 중이다.

백 사무국장은 “심리적 지원은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도 중요해 좋은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실제 지난해 참여했던 가족 중 10~12명은 자조 모임 형태로 월 1회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과 상담을 받은 당사자 가족은 “같은 아픔을 가진 어머니들과 소통하며 위로받고 아이의 상황도 받아들이게 됐다”며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생겨난 만큼 센터에 많은 예산과 전문가를 배치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활동 프로그램에는 △생활 습관 개선 △치유 △은둔 고수 등이 있다.

당사자가 대인관계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은둔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가장 기초 작업을 돕는 것이다.

수면 시간 정하기, 하루 세끼 밥 먹기 등 작은 목표를 세워 자발적으로 일정한 습관을 만들고 성취감을 끌어낸다.

센터는 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30개의 포춘쿠키(안에 쪽지가 들어간 과자)를 보내준다. 쪽지에 적힌 질문을 센터 채널로 보내는 형식으로 당사자가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을 돕는다.

센터는 추후 당사자가 흥미를 느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내용을 바꿀 방침이다.

현재 6명이 프로그램을 듣고 있으며 다음 프로그램에는 9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치유하고 있지만, 이를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당사자들에게 장기적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 사무국장은 “광주시 지원 센터는 전국 최초로 행정 영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은둔’의 문제를 행정에서 지나치지 않겠다는 의미가 크다”며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가 센터를 통해 사회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고 센터는 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지속적으로 지원받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한정적이라 아쉽다”며 “센터가 이들에게 상담 외에도 긴 기간 지원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