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광주은행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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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광주은행의 도전’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6.08(목) 17:43
이용환 논설실장.
1897년 설립된 한성은행의 첫 고객은 대구의 상인이었다. 장사차 서울을 찾은 그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려고 했지만 돈이 부족했다. 어렵게 은행을 찾아 대출을 부탁했지만 이번에는 담보로 맡길 것이 없었다. 결국 타고 온 당나귀를 담보로 잡혔다. 하지만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결국 담보로 잡은 당나귀를 ‘업무용’으로 타고 다녔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송금 사건도 있었다. 1900년대 초 한 외국인이 30달러를 환전하고 지방으로 송금을 요청했다. 30달러를 한국돈으로 바꾸니 동전으로 2만 4000푼이 됐고, 은행은 말 2마리와 6명의 직원을 동원해 송금했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조흥은행이 발간한 ‘조흥100년 숨은 이야기’에 나오는 일화다.

‘금융을 통한 사회적 책임’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은행의 역사는 혼돈 자체였다. 최초의 우리나라 은행은 1897년 설립된 한성은행이지만 이 은행은 1943년 동일은행과 합병해 조흥은행으로 바뀌었고 2006년에는 신한은행에 합병됐다. 1899년 대한제국의 황실 자본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은 조선상업은행과 한국상업은행을 거쳐 지금의 우리은행이 됐다. 1963년 국책은행으로 출발한 한국국민은행은 2001년 한국주택은행과 통합하면서 kb국민은행이 됐다. 제대로 이름이 남은 곳이 단 하나가 없을 정도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광주은행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방은행 설립 지시에 따라 1968년 출범한 뒤 10년만인 1978년 자본금이 112배 늘어났다. 1997년에는 총자산 7조 원, 임직원만 2100명에 달했다. ‘2004년 세계 200대 은행으로 진입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하지만 광주은행은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되는 아픔을 겪고 2014년에는 전북은행의 지주회사인 JB금융지주에 합병됐다.

광주은행이 ‘미래 100년’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모키로 했다. 주제는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 100년 은행으로 발전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 아이디어 등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변화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진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또한 변화하지 않으면 낙오된다. 당나귀부터 어처구니없는 송금요청까지 지금의 은행은 변화와 혁신, 도전과 응전, 온갖 시행착오가 만들어 낸 자랑스런 결과다. ‘100년 은행’을 꿈꾸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좇겠다는 광주은행의 도전이 기대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