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01-1>‘장애학생 방학학교’ 운영 누가 맡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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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01-1>‘장애학생 방학학교’ 운영 누가 맡아야 하나
부모연대-특수교사 갈등의 골
“학교 직접 운영” vs “희생 강요”
특수교육 증가세… 돌봄 ‘방치’
교육청 “시범학교 운영후 확대”
  • 입력 : 2023. 06.11(일) 18:30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지난 4월1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 앞에 광주장애인부모연대가 ‘방학 중 장애학생 돌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양가람 기자
광주 ‘장애학생 방학학교’ 운영 주체를 놓고 장애인 부모들과 특수교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장애인 부모는 교육의 전문성 부족, 운영상 애로점 등을 들어 학교의 직접 운영을 요구하고 있지만, 특수교사들은 업무 과중이 심화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1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장애학생은 5개 특수학교에 1090명, 280개 특수학급에 1408명이 재학하고 있다.

교육부의 ‘광주지역 연도별 특수교육 현황’ 자료를 보면,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2019년 1026명에서 2022년 1090명으로 늘었다. 일반학급 내 특수교육 대상자까지 합하면, 광주지역 특수교육 대상자는 2019년 2871명에서 2022년 3218명으로 증가했다.

특수교육 수요는 증가 추세지만, 일반학교와 달리 방학 기간 돌봄교실이 운영되지 않았다. 광주지역 특수학교 5곳 가운데 시각 장애 교육을 담당하는 세광학교만 방학 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 등 중증 장애학생을 둔 부모들은 방학 때마다 집안에서 온전히 자녀를 돌봐야 했다.

이에 광주장애부모연대는 지난 2010년부터 시교육청의 위탁 공모사업을 통해 장애학생 방학학교를 운영해 왔으며, 여름·겨울방학 각 3주씩 하루 5시간가량의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부모연대가 운영하는 방학학교는 매년 약 200~300명의 장애학생이 이용하는 등 높은 수요를 보였다.

지난 2021년 부모연대는 시교육청에 특수학교 직접 운영을 요구했다. 민간 운영이 특수교육과 대학생들로 이뤄지다보니 교육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공간 활용이나 급식, 차량 운영 등에 제약이 많아 안전성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학교가 직접 장애학생 방학학교 운영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부 교원단체는 ‘학교에 떠넘기기’라고 반발했다.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는 “장애학생 방학 중 돌봄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대다수 특수교사들이 공감하지만, 시스템 구축이 먼저”라며 “특수교사들은 방학 동안 연수나 신학기 준비 등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장애학생 방학학교를 직접 운영할 경우 이중고에 시달리게 돼 본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특수학교도 일반학교처럼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365돌봄 전담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광주시교육청의 특수학교 방학 프로그램 시범학교 운영은 학교 현장 특수교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떠넘기기”라며 “핵심 쟁점은 인력이다. 하지만 특수교육의 특수성 상 인력 모집이 쉽지 않고, 방학기간에 한정된 단기 근무인데다 업무강도가 센 데 비해 보수도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부모연대, 교원단체, 시교육청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회의가 10차례 이상 진행됐지만, ‘교사들의 업무 과중’을 우려한 교원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방학 중 특수학교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지난 3월부터 특수학교 학교장과 협의를 진행하는 등 노력해왔다. 지난 2일에는 ‘장애학교 방학학교 운영기관’ 7곳을 선정했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장애인부모연대 산하 기관인 KTIL에서 180명, 나머지 6개 기관에서 20명씩 총 300여명의 지역 장애학생들이 방학학교를 이용하게 된다.

또 ‘특수학교 방학 프로그램 시범학교 운영 계획’을 수립, 운영한 뒤 문제점 등을 보완해 기관 운영할 방침이다.

광주시교육청 중등특수교육과 관계자는 “그동안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많은 협의를 거쳐 왔다”며 “해당 문제를 장애학생 부모와 특수교사 간 갈등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 장애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방학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