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독재자 푸틴의 몰락’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독재자 푸틴의 몰락’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6.27(화) 18:00
이용환 논설실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다. 소련 정보기관이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KGB는 소련 붕괴 후 연방보안국(FSB)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KGB가 되기를 꿈꾸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푸틴은 KGB에 들어간 뒤 제1총국 소속으로 동독 드레스덴에 파견된다. 비밀경찰 슈타지와 러시아 사이의 연락책이 그의 임무였다. 불법으로 정적의 입을 틀어막고 자신과 결탁할 세력을 키우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이었다.

KGB를 떠나 정치에 뛰어든 뒤에도 그의 ‘계획된 음모들’은 이어졌다. 지난 2006년 런던에서 벌어진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일명 ‘방사능 홍차 사건’)이나 2016년 미국 대선을 둘러싼 러시아 개입 의혹, 2018년 솔즈베리 독살 시도 등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만든 계략으로 추측된다. 막강한 재력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를 대거 숙청하고 2004년 베슬란 학교 테러와 2014년 크름반도 합병은 떨어진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푸틴의 자작극이었다.

“2차 세계대전 후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어린 푸틴은 사방이 쓰레기 천지고 마당에 쥐가 들끓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자랐다. 그는 다른 아이들보다 어리고 체구도 작았다. 하지만 절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동급생이면서 오랜 친구인 빅토르 보리센코의 회상에 따르면 푸틴은 누군가 자신을 깔보거나 무시하면 당장 달려 들어 격렬하게 싸웠고, 물어 뜯고 할퀴고, 어떤 비열한 방법을 써 서라도 자신을 무시한 사람에게 반드시 복수했다고 한다.” 지난해 영국 저널리스트 대릴 커닝엄이 쓴 ‘푸틴의 러시아’에 나오는 내용이다.

러시아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기에 내몰렸다. 프리고진이 철수한 뒤 27일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건재를 주장했지만 푸틴의 리더십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 레닌그라드의 불량아에서 크렘린의 1인자에 오른 푸틴의 일생은 무법과 암살, 테러의 연속이었다. ‘푸틴의 러시아’를 쓴 커닝엄은 푸틴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한 인물이 아니라 망상가이면서 독재자일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키웠던 최 측근도 믿지 못하는 망상가,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공포에 내몰았던 독재자 푸틴의 몰락이 이렇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