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배수의 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배수의 진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7.09(일) 17:00
최동환 부장
중국 한나라에 한신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그는 유방이 제위에 오르기 2년 전인 204년 유방의 명에 따라 위나라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병사 수 만명을 이끌고 조나라를 공격했다. 조나라는 군사 20만명을 동원해 한나라가 쳐들어올 길목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한신의 군대는 잇단 승리로 사기는 높았으나 숫자도 적고 보급선이 길어져서 장기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신은 일부러 강을 등지고 진을 쳐 조나라 군사를 맞아 싸우기로 했다.

한신이 배수진을 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아군이 퇴각할 수 없다는 결사의 각오를 하게 하고 전력으로 싸우게 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배수진을 상대에게 보여줘 방심하게 해 단기결전으로 승부를 내기 위해서였다.

한신이 배수진을 치자 실제로 조나라 군대는 한신이 병법을 모른다고 판단하고 방심해 공격해 왔다. 이 공격을 배수진에 몰린 한신의 본진이 버티는 사이에 별동대가 비어있는 적진을 빈집털이하자 조나라 군사는 크게 당황해 무너지게 됐다.

이 이야기는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온다.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을 등지고 친 진지’라는 뜻의 ‘배수의 진’은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광주·전남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최근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5일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예비 FA 포수 김태군을 받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어 6일 오전엔 극심한 부진으로 방출된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의 대체 선수로 대만 프로야구(CPBL)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던 마리오 산체스를 영입했다. 같은날 오후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을 웨이버 공시하고, 지난해 후반기 대체 선수로 활약했던 토마스 파노니의 재영입을 발표했다.

이는 한승택, 주효상, 신범수, 김선우 등 기존 포수자원들이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고,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앤더슨과 메디나 모두 선발투수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팀 성적이 9위까지 추락한 데 따른 김종국 감독의 판단이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던 KIA는 올시즌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더 이상 목표와 더 멀어지기 전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이후 KIA는 8일 현재 4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종국 감독의 ‘배수의 진’이 앞으로 KIA의 행보에 긍정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