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창사특집>기아타이거즈> 양현종 “타이거즈의 세 번째 영구결번, 야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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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창사특집>기아타이거즈> 양현종 “타이거즈의 세 번째 영구결번, 야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
88 창사둥이 KIA 양현종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
리그 통산 다승 2위·최다 이닝 3위
亞게임 3회 연속 金·프리미어12 銀
골든글러브·MVP·최동원상 수상
“대투수 별명, 아직 부족하고 과분”
  • 입력 : 2023. 07.18(화) 17:34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본보와 창사 특집 인터뷰를 갖고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스스로 ‘大投手(대투수)’라는 별명을 부족하고 과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팬들에게는 해태타이거즈와 KIA타이거즈를 통틀어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로 평가받는 베테랑이 있다. 베테랑임에도 여전히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양현종(35)이 그 주인공. 전남일보 창사 원년인 1988년 태어나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에도 꾸준한 땀방울로 타이거즈의 전설이 되기 위한 그의 역투는 계속되고 있다. <편집자 주>

“영구결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선수 생활을 정말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영구결번은 20년, 30년 후에도 야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은 남아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많이 뿌듯할 것이고 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야구에 대해 알게 될 때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어느덧 프로 17년 차에 접어든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스스로 그리고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양현종은 구단 통산 최다 승·이닝·탈삼진에서 정상에 올라있고, KBO리그에서도 통산 최다승 2위, 이닝 3위, 탈삼진 2위에 오르는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했지만 개인 기록이 아닌 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강초 5학년 재학 중 뛰어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야구를 시작했던 양현종이 동성중-동성고를 거쳐 2007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2차 지명에서 전체 1번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던 2006년 8월 16일은 타이거즈 역사의 시작이었다.

양현종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야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어서 실력이 많이 떨어졌었다”며 “당시 강대성 코치님께서 야구를 정말 잘 알려주셨고, 박상진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다. 그 두 분이 계셨기에 제가 선수답게 경기나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스로 어린 시절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회상했지만 양현종은 1년 선배였던 한기주의 에이스 계보를 이었다. 왼손잡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동성중 시절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것이 효과를 얻으면서 동성고 2학년 때부터 한기주와 원투펀치를 이뤘다.

‘88년생 좌완 에이스 듀오’로 잘 알려진 김광현(안산공고, 현 SSG랜더스)과의 경쟁 구도도 이때 형성됐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프로 지명을 앞두고 있던 양현종과 김광현이 나란히 고교 야구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청소년 대표에 승선하면서 한국 야구의 새로운 원투펀치로 떠올랐다.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데뷔 시즌인 2007년 역투하는 모습. KIA타이거즈 제공
하지만 양현종은 2007년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당시 김광현, 장필준(천안북일고, 현 삼성라이온즈)과 고교 트로이카의 한 명으로 꼽히던 정영일(광주진흥고)과 함께 유력한 지명 후보로 꼽혔지만 KIA는 양현종이 아닌 오준형(인하대, 현 KIA 스카우트)을 선택했다.

결국 양현종은 2차 지명에서 전체 1번 지명을 받으면서 성민규(네브래스카대, 현 롯데자이언츠 단장), 권윤민(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 현 KIA 전력기획팀장) 등과 함께 입단 동기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1차 지명을 못 받아서 어린 나이에 상처도 받았다”면서도 “2차 지명 전체 1번이라는 영광스러운 지명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동성중-동성고에서 함께 호흡하며 2005년 고교 야구 황금기를 이끈 뒤 먼저 KIA에 입단해 신인임에도 10승을 올렸던 1년 선배 한기주(현 MBC SPORTS+ 해설위원)는 양현종에게 확실한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존재였다.

양현종은 “기주 형이 프로에서도 신인 때부터 워낙 잘했다 보니 저도 열심히 해서 그렇게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 의식이 컸다”며 “워낙 친한 선배였기 때문에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항상 등하교도 같이 하면서 정말 잘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왕이라는 큰 목표 보다는 많이 경험을 하고 싶었다”며 “1군에 최대한 붙어있으면서 선배들이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에 목표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직접 세운 목표대로 프로 데뷔 후 2년간 1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경험을 쌓은 양현종은 2008시즌 말 선발 투수로서 본격적인 발을 뗐고, 2009년 정규시즌 29경기(선발 24경기) 148.2이닝에 나서 12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5의 성적을 거두며 프로 첫 우승이자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의 일원이 됐다.

그는 “그때는 저도 나이가 어렸고 코치님이나 포수셨던 김상훈 선배님이 요구하시는 대로 던졌다”며 “우승을 했어도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는 1년을 잘 해냈다는 마음이었다. 돌이켜보면 큰 무대에서 공을 던져보고 더그아웃에서 시합을 지켜본다는 것이 큰 경험이고 공부였다”고 되짚었다.

이후 타이거즈의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한 양현종은 다시 한번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2017년 정규시즌 31경기 193.1이닝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로 다승왕과 함께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다.

이어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의 122구 역투로 완봉승을 거뒀고, 5차전에는 9회말 구원 등판해 통합 우승에 마침표를 찍으며 한국시리즈까지 MVP를 차지하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양현종은 “2017년에는 중고참으로서 선수들이 처져 있을 때 분위기를 이끌면서 역할을 해야 했다”며 “중요할 때 경기에 나가다 보니 정말 책임감도 많이 생겼고, 2017년 우승은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많이 기억이 난다”고 언급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통합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는 모습. 뉴시스
특히 “우승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커지고 있다”며 “우승의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정말 우리 선수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서 경기를 하고 운도 따라주고 해야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데 제가 30경기를 등판한다면 나머지 114경기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많이 응원하는 위치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전국구 인기’를 자랑하는 KIA에서 17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깊다. 양현종은 올해까지 팬들과 선수단의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 베스트에 다섯 차례 이름을 올렸고,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지난해에는 최다 득표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타이거즈 팬분들은 원정에도 홈처럼 많이 오시고, 야구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신다”며 “그 응원에 저도 올스타에 뽑혀서 그런 축제에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더 열심히 팀을 위해서 던지는 것만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리 투수가 될 때마다 목걸이를 드리거나 유니폼을 드리는 것도 보답의 일종”이라며 “제 개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유니폼을 한 벌씩 드림으로서 팬들이 더 야구장을 찾아오고 우리 팀을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인정을 받는 자리가 올스타 베스트12라면 선수와 지도자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자리가 있다. 양현종은 2014년 최동원상의 초대 수상자가 된데 이어 2017년 다시 한번 수상자로 선정되며 국내 선수들 중 유일하게 두 차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일구상 최고투수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김광현과 함께 일구상 일구대상을 받으며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 WBSC 프리미어 12 준우승 등 국가대표로서 공로도 인정받았다.

양현종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제가 할 일은 마운드에서 열심히 던지는 것뿐이었는데 연차가 오래되면서 같이 야구하는 선수들이 인정을 해주시는 것에 대해 더더욱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는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만 알 수 있는 긴장감과 부담감이 있지만 개인적인 명예가 아닌 국가를 위해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항상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께 보답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지난 5월 27일 LG트윈스와 경기에서 개인 통산 162승을 달성한 뒤 김종국 감독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전달받는 모습. KIA타이거즈 제공
이제 양현종은 KBO리그 통산 최다 승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미 올해 164승으로 KBO리그 통산 다승 2위에 올랐고 목표는 송진우 대덕대 야구부 기술위원장의 210승을 뛰어넘는 것이다.

또 최다 이닝도 3위(2251.2이닝)에 올라있고, 순수 선발승으로는 1승만 추가하면 송진우 위원장(163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선발 투수를 하면서 최대한 제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고 2~3년간 실패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제 스스로를 믿었다”며 “철저히 준비를 해야 여름이나 중요한 시기에 힘이 안 떨어지기 때문에 루틴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제 것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루틴 만큼은 조금도 게으르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려고 생각한다”며 “대투수라는 별명을 얻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과분한 선수이고 제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많고 팀을 위해서도 더 잘해야 한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양현종은 자신의 야구인생의 마지막 목표인 ‘영구결번’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엿보였다.

그는 “영구결번은 제 야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이고,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이라면 정말 대단한 선배님들의 번호다”며 “그런 위치에 계신 선배님들을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고, 그 목표를 달성한다면 제가 야구를 20년 이상 하게 될 텐데 정말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수많은 개인 기록이 있지만 최종 목표인 영구결번을 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지금은 야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중에 커서 제가 그런 선수가 되어있으면 정말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하나뿐이다”고 강조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C조 예선전 대한민국과 호주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는 모습. 뉴시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