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실패한 잼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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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실패한 잼버리’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8.08(화) 17:26
이용환 논설실장.
“안전이 최우선이다. 모든 대원을 안전하게 대피시켜라.” 1971년 8월 6일, 일본 후지산 아래 아사기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잼버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날 후지산은 19호 태풍 ‘올리브’의 영향으로 강풍과 폭우에 휩쓸렸다. 일본은 자위대의 지원을 받아 1만 2500명의 대원을 대피시켰고 모든 프로그램을 중지했다. 500여 명을 파견한 한국 단원들도 자위대와 학교 등에 분산됐다. 태풍 이후 행사는 다시 진행됐지만 이 대회는 잼버리 역사상 최초의 자연재해 였다.

4년마다 열리는 잼버리는 세계 청소년들의 올림픽이다. 1920년 런던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100년 넘게 민족과 문화, 종교를 떠나 청소년의 우의와 화합에 기여해 왔다. 개최지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의미도 컸다. 필리핀 라구나 주는 1959년 아시아 최초로 잼버리를 유치해 생소했던 지역을 홍보했고 지금의 청소년 문화 중심지로 만들었다. 1991년 8월,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제17회 잼버리는 서울올림픽 이후 3년만의 국가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렸다.

잼버리는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용어로 ‘떠들썩한 모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1907년 스카우트 운동 창시자인 영국 베이든 포우엘이 브라운 시에서 20명의 소년을 모아 야영을 하면서 시작됐고, 이듬해인 1908년 스카우트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2년 경성중학교 조철호 교사가 조선소년군 경성 1호대를 조직하며 스카우트운동을 시작한 이후 1950년대 세계연맹 회원국 가입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보다 넓은 세계를 알고, 보다 높은 이상을 갖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는 것이다. 1922년 설립된 조선소년군의 목표도 ‘이 다음 조선의 어린이를 기르는 것’이었다.

전북에서 열리는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폭염과 비위생적인 환경, 부실한 식사 등이 알려지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8일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절반이 넘는 2만236명이 새만금을 떠났다. 잼버리가 종료된 것은 아니라는 게 조직위 설명이지만 뿔뿔이 흩어진 스카우트는 ‘실패한 잼버리’의 상징이다. 잼버리의 의미는 세계의 청소년이 한 자리에 모여 야영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지는 것이다. 환불과 소송 이야기도 나온다. 준비부족, 운영 미숙, 무책임…. 100년 넘게 이어진 잼버리의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만신창이로 추락하고 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