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영복 충암고 야구부 감독이 지난 23일 KIA타이거즈 퓨처스 팀과 연습경기를 위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한규빈 기자 |
충암초, 충암중 감독을 거쳐 충암고를 20년째 맡고 있는 ‘고교 야구의 전설’ 이영복 감독이 애제자인 윤영철의 홈그라운드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충암고가 아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제자를 향한 애정과 자랑스러움은 숨겨지지 않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8 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3일 오후 6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타이거즈 퓨처스 팀과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우천 취소되면서 실내 훈련장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이 감독 역시 애제자의 땀방울이 배어있는 훈련장에서 지도에 열중했다.
이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전남일보와 만나 “1학년 때부터 폼이 아주 유연해서 공을 던질 때 동작도 좋고 나무랄 데 없는 선수였다”며 “힘이 좀 붙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근력 운동을 시켰는데 2학년 때부터는 큰 선수가 되겠다고 느꼈다”고 고등학생 시절의 윤영철을 회상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윤영철이 충암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12월 2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아마특별상(선수 부문)을 수상했다. KIA타이거즈 제공 |
이 감독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벽은 높지만 영철이는 잘할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며 “영철이는 자기 것이 있는 선수다. 처음에는 프로의 무게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시즌 초반 한두 경기를 보니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범경기 때는 정말 잘했는데 정규시즌 처음 등판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 고졸 신인들은 가라앉을 수 있는데 영철이는 자기가 연구하고 준비하면서 경기를 할수록 더 좋아졌다. 그러면서 역시 프로에서도 성공할 선수라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KIA 입단 후 ‘스마일 피처’라는 별명이 붙게 만든 특유의 미소 역시 충암고 시절 생긴 습관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 ‘웃으면 술술 풀린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상 쓰지 않고 웃으면서 경기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이 감독의 철학이다.
그는 “선수들이 긴장을 풀도록 훈련이든 경기든 항상 웃으면서 하게 한다”며 “영철이는 1학년 때부터 유난히 잘 웃었다. 마운드에 교체하러 올라가서 ‘이제 그만 던져라. 공 줘라’하면 씨익 웃으면서 더 던지겠다고 하는 참 별난 아이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어린아이가 생글생글 웃고, 공도 열심히 던지니까 아주 귀엽고 예뻐서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제구가 무기니까 공을 오래 던질 수 있고 큰 부상 염려도 없었다. 특히 공을 던지면서 즐기는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윤영철이 지난 4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시즌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이 감독은 “영철이는 시합 때 공을 던지면 자기 것이 있어서 훌륭하게 던지는 선수”라며 “윤영철만이 갖고 있는, 우리는 알 수 없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감독과 코치가 지시하는 것도 잘 따라 하지만 자기만의 것이 분명히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또 “고등학교 때는 공을 더 세게 던졌는데 프로에 와서 오히려 구속이 줄었다”며 “프로에서는 꾸준히 선발 등판을 해야 하니까 의도적으로 구속을 줄이지 않았나 싶다. 고등학교 때는 144~145㎞도 던졌는데 KIA 경기를 보니까 137~138㎞로 던진다”고 귀띔했다.
구속은 줄었지만 윤영철은 정교한 제구를 무기로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지난 18일까지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을 거뒀고, 피홈런은 6개에 불과한 반면 탈삼진은 54개를 챙겼다.
이 감독은 “영철이는 앞으로도 잘해줄 것이고, 1년에 10승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라며 “프로 첫 해에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거지만 영철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1년에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영철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KIA에서 열심히 잘해주고 있는데 앞으로도 부상 없이 활약해서 팀의 중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3~4년이면 충분히 중심 선수가 될 것이다. 지금도 7승을 하고 있는데 다음 등판에서 8승을 하고 9승, 10승도 금방 이뤄낼 것”이라고 애제자를 향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