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 대기만성형 KIA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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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 대기만성형 KIA 박찬호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8.28(월) 17:26
최동환 부장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최염이란 장군이 있었다. 최염은 여러 방면에서 아주 뛰어난데다 성격도 호탕한 사람으로, 그의 외모와 재능에 반한 무제가 특별히 총애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사촌동생인 최림은 외모와 체격이 체격이 빈약하고 학문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고 더딘 모습을 보이자 친척들로부터 멸시를 당했다.

하지만 최염 장군만이 최림의 재능을 꿰뚫어보고 “큰 종이나 솥은 쉽게 만들지 못한다. 큰 인재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최림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사람이니 후일에는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다”고 말하며 그를 아끼고 도와줬다. 후일 최염의 말대로 최림은 마침내 천자를 보좌하는 삼공에 오르게 됐다.

여기서 나오는 대기만성의 사자성어는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했다. 41장에 이르기를 “아주 흰 빛은 때가 낀 것 같고,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지고(大器晩成), 아주 큰 소리는 들을 수 없고, 아주 큰 형상은 모양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도는 크면서도 형체와 이름을 가지지 않는다. 대저 도는 만물을 돕고 이루게 해 준다”라고 했다.

‘대기만성’이란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져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오늘날에는 늦게 성공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KIA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8)가 올시즌 대기만성의 길을 걷고 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KIA에 입단한 유망주였지만 적지 않은 성장통을 겪은 뒤 10년 차인 올해 KBO리그 넘버원 유격수로 거듭나고 있다.

박찬호는 2019년부터 매 시즌 13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KIA 내야진의 한 축을 책임졌고 2019년(39개)과 2022년(42개)에는 도루왕을 차지하는 등 수비와 주루 능력은 리그 상위권이었다. 수비와 주루 능력에 비해 공격력은 아쉬웠다. 2019년 타율 0.260, 2020년 0.223, 2021년 0.246에 그쳤다. 때문에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김도영을 주전 유격수로 써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시즌부터 달라질 조짐을 보였다. 왼 다리와 어깨가 히팅포이트에 가기 전에 열리는 습관을 고쳤고, 구종에 따라 히팅포인트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이면서 타율을 0.272로 높였다. 그리고 올시즌엔 104경기에서 369타수 110안타 타율 0.298 2홈런 41타점 55득점 22도루 OPS 0.724 득점권타율 0.341이다. 26일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유격수 부문 1위(3.25)다.

40경기가 남은 가운데 박찬호가 프로 데뷔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달성하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해 대기만성의 영광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