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법 개정하고, 교사 교육활동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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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아동학대법 개정하고, 교사 교육활동 보장하라”
9·4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행사
“교사들 억울한 죽음 더이상 없게”
교육부에 악성민원 방지방안 촉구
광주 998·전남 1410명 연가·병가
  • 입력 : 2023. 09.04(월) 18:49
  • 양가람 기자·강주비 기자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를 맞아 전국에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와 광주교사노조, 실천교사, 광주교총 등 교원단체 회원들이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와 아동학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와 전남지역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했다. 이들은 아동학대법 개정과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 마련 등을 촉구했다.

4일 오후 5시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공교육 정상화’를 부르짖는 교사들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전교조 광주지부 등 지역 교육단체 4곳이 공동 주관한 ‘9·4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행사’에 4000여 명의 교사와 학생, 시민들이 모여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재량휴업을 실시한 학교 교사는 물론 개인 자격으로 연가를 낸 교사, 수업을 마치고 곧장 달려온 교사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당국의 집회 탄압을 규탄했다.

김현주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재량으로 휴업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해임, 파면 등을 운운하면서 교사들의 연가·병가 권리를 박탈하려 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서이초 교사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공교육 회복을 위해 뭉쳤다. 오늘 하루 멈춤을 통해 우리 교육에서 영원히 멈춰야 할 것들을 멈추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로도 이어진 교사들의 비보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에서, 지난 1일엔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하루 전인 3일에도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청계산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장에 모인 교사들은 ‘아동학대법 개정’을 촉구했다.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한 훈육을 하더라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학부모로부터 갖은 악성 민원을 받아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교원단체가 아동학대처벌법의 적용 대상을 가정학대 등으로 한정하고,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초중등교육법 등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초등교사 A씨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도와야 할 ‘아동학대법’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게 하지도 못했고 교사들을 돕지도 못했다”며 “더 이상 수업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학부모로부터 협박당하고 싶지 않다. 국회는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고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안을 개정하고, 교육부는 악성 민원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초등교사 B씨도 공교육 붕괴의 원인으로 ‘아동학대법’을 꼽았다. B씨는 “아동학대법 때문에 정당한 교육활동 및 지도가 전혀 되지 않는다. 학생들도 이를 알고 있어 문제아의 행동을 교정하는 게 쉽지 않고,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학부모의 민원으로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옆반 담임이 교체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 교사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교육부가 정해준대로 따라야 하는 구조가 지금 이 사태를 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 현장서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등학교 교사 양성기씨는 “고등학교는 비교적 학생과의 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에 막무가내 민원은 거의 없다. 다만 입시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학교폭력과 관련해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교사에게 강요 등 학대를 당했다’는 식의 민원을 넣는다. 그러나 교사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없고, 직위해제될 뿐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많은 학부모들이 현장 체험학습 신청을 통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하는 교사들을 지지했다. 학생들도 교사의 황망한 죽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부모를 따라 집회에 참석한 초등학생 이모군은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 체험학습을 썼다”며 “서이초 선생님이 학부모들이 괴롭히고, 학생들이 힘들게 해서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곳에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 김모군은 “TV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고, 그것만큼이나 힘드신 선생님들이 이곳에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그분들에게 힘이 돼주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며 “선생님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서는 이날 7개 초등학교가 휴업했고, 전남에는 휴업한 학교가 없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나이스(복무관리시스템)에 승인된 연가·병가 현황은 광주 998명(연가 33·병가 965), 전남 1410명(연가 65·병가 1345)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안정적 학사 운영을 위해 18개 학교에 인력을 지원했다. 인력풀은 장학사 등 전문직을 비롯한 교육행정직원 191명, 퇴직교원 199명, 초등순회교사 30명으로 구성됐다.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원은 학습·생활지도 등 교육활동 전반을, 교육행정직원은 급식과 등·하교 안전지도 등을 도왔다.
양가람 기자·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