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누구나 도전…" e스포츠 문, 장애인에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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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누구나 도전…" e스포츠 문, 장애인에 '활짝'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 <8>대전 장애인e스포츠대회
장애인협회 등 기관 연계 대회 유치
"협업 제안 매년 늘어…수요자 중심"
체험 통해 장애인 초등 선수도 발굴
경기장·멘토링 등 다양한 기회 제공
  • 입력 : 2023. 09.19(화) 18:09
  • 김혜인·강주비 기자
지난해 대전 e스포츠경기장 ‘드림 아레나’서 진행된 ‘제22회 대전 장애인 IT 챌린지‘서 한 선수가 카트라이더를 시작하고 있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지난해 대전 e스포츠경기장 ‘드림 아레나’서 ‘제22회 대전 장애인 IT 챌린지’ 시상식이 진행됐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국내 e스포츠 중심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대전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개발과 인재 육성 지원에 진심인 도시다. 지지난해부터 지역 내 장애 기관과 협업, 관련 대회를 본격적으로 유치하고 장애인 선수 꿈나무들을 전폭 지원하는 등 장애-비장애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스포츠 체험·교육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광주시로서는 대전의 사례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기관 연계 대회 유치

e스포츠는 장애인 체육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적 제약이 덜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과도 비교적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치를 수 있다. 또 장애인을 사회와 연결해 주는 매개로 작용하면서 ‘복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전시는 일찍이 이 같은 장애인e스포츠의 장점과 가능성을 알아봤다. 이에 지난 2021년 대전 e스포츠 경기장 ‘드림 아레나(DREAM ARENA)’가 문을 염과 동시에 장애인e스포츠 대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먼저, 드림 아레나가 문을 연 그 해 대전장애인재활협회와 협업해 ‘제21회 대전장애인 IT챌린지’ 프로그램 일환으로 장애인e스포츠 대회를 개최했다. ‘대전장애인 IT챌린지’는 장애인의 IT접근성 활성화 및 역량개발을 위해 2001년부터 매년 개최돼 온 유서 깊은 지역 행사다.

해당 대회에선 카트라이더와 브롤스타즈 등 두 종목이 진행됐으며, 학교 및 기관 소속 대표선수 3명이 팀을 이뤄 치열한 팀별 대항전을 펼쳤다.

대회는 일회성으로 끊기지 않고 이듬해에도 카트라이더 개인전 종목으로 연이어 열렸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봄에는 ‘2022 스페셜올림픽코리아 e스포츠대회’도 열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각종 장애인 스포츠 대회를 개최·운영하는 국내 발달장애인 스포츠 문화예술 대표기관이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서 e스포츠대회를 개최한 건 대전의 사례가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해당 대회선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개인전 및 통합전이 종목으로 선정됐고, 발달장애인 선수 및 지도자, 자원봉사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광주시 역시 지난해 12월 ‘전국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을 개최하고, 오는 11월에도 ‘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칭)’를 열 계획이다. 다만, 지역 장애인들에게 우선 기회를 주는 대전시와 달리, 관내 장애기관과 협업하는 데에는 소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드림아레나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장애-비장애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장애인e스포츠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에 있는 ‘대전장애인재활협회’, ‘대전특수교육원’ 등의 기관과 연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장애인 대회 협업을 제안하는 곳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관내 수요자 중심의 e스포츠를 만드는 것이 지역성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장애인선수 발굴

광주시는 전국 최초의 장애인e스포츠선수단 ‘무등’을 창단했지만, 그 이상의 장애인 접근성 향상·선수 발굴에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드림 아레나의 타깃별 프로그램은 참고할 만하다. 드림 아레나에선 △프로 △아마추어 △ 풀뿌리 등 3단계로 나눈 타깃별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를 가리지 않고 인재 발굴·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장애인 선수도 있다. 초등생 오정빈(11)군이다. 언어장애가 있는 오군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아버지와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다 재능을 발견했다. 평소 게임을 즐겼던 아버지는 물론 단체전서 맞붙는 성인들과의 경쟁에서도 쉽게 이겼다.

e스포츠에 흥미를 보이는 오군에게 보다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던 오군의 어머니는 장애인e스포츠 대회 등을 수소문했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돼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군은 우연히 드림 아레나의 e스포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평소 장애인 e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있던 대전시 관계자가 관련 지원을 약속하게 됐다.

지난달 대전 e스포츠경기장 ‘드림 아레나’서 만난 초등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오정빈군과 그의 어머니의 모습. 강주비 기자
드림 아레나와 인연을 맺으면서 오군은 각종 대회 등 관련 정보를 쉽게 제공받고, 경기장 시설을 활용해 종목별 연습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가장 필요했던 ‘전문 교육’까지 받고 있다. 대전시가 본래 ‘아마추어’ 단계서 대학리그 등에 등록된 정식 선수들에게만 지원했던 ‘멘토링’을 오군에게도 특별히 제공키로 한 것이다.

언어장애로 화면 속 글을 통해 게임 룰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오군에겐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

오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게임을 하다 모르는 것을 물어봐도 알려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빈이 혼자 유튜브 영상을 보고 공부하는 게 최선이었다”며 “그런데 멘토링을 받게 된 이후부터 기술 습득과 실력 향상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게 보인다. 정빈이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룰이나 기술들을 멘토링 코치분은 쉽게 풀어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발판 삼아 오군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여러 장애인e스포츠 대회 상을 휩쓸고 올해에는 전국장애학생체전 카트라이더 부문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현재는 카트라이더뿐 아니라 오버워치 등 타 종목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대전 e스포츠경기장 ‘드림 아레나’서 만난 초등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오정빈군이 연습하는 모습. 강주비 기자
오군은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했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체전 장애학생대회 (카트·피파) 초등전 은메달 △흥타령배 (카트·피파) 초등전 금메달 △2회 D-Wan (카트라이더) 초중고전 3위 △우석대학교 총장배 (카트라이더) 1위 △고양시장배 초중고전 3위 △전국장애학생체전 (카트라이더) 금메달 △진천군수배 초등전 1위 △흥타령배 초등전 1위 / 우수선수상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오군은 “프로게이머가 꿈이다. 첫 번째 목표는 지역 구단인 ‘대전하나CNJ’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대전시는 아직 장애인 선수를 위한 특별한 인프라가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장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오군과 같은 사례를 더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오군의 경우는 본인과 어머니 의지가 굉장히 강하셔서 함께할 수 있었다. 현재는 드림 아레나 인프라 내에서 게임 연습 등을 중점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오군이 향후 지역구단에 입단하면 더욱 체계적인 코칭 등 더욱 폭넓은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e스포츠에 관심이 있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진입 장벽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시가 장애인 선수를 충분히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홍보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혜인·강주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