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조선왕실이 반한 도자… 광주 '백자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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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조선왕실이 반한 도자… 광주 '백자의 성지'
●남도도자, 엑스포로 미래를 빚자
⑦‘근·현대 도자 역사 계승’ 경기도 광주
500년간 왕실용 도자기 생산한 ‘관요’ 고장
경기도자박물관으로 청·백자 명맥 잇는다
  • 입력 : 2023. 10.05(목) 18:16
  • 김해나·김성수 기자
경기도자박물관 전경. 김해나 기자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 마스코트 ‘토야’(TOYA). 김해나 기자
곤지암도자공원 전경. 김해나 기자
경기도 광주시는 조선시대 백자를 만들었던 가마터 약 340여기가 있는 등 ‘도자의 성지’라고 불려도 손색 없는 곳이다.

조선의 백자는 중국 원·명나라의 경질백자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 특히 왕실에서 운영한 가마인 관요(관청에서 운영하는 가마)가 1467년 광주에 설치된 후 전국적으로 빠르게 발전·유행했다.

백자청화운룡문항아리. 경기도자박물관 제공
●조선 500년간 ‘왕실 도자’ 고장 광주

광주는 조선시대 500년간 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했던 관요의 고장으로 불린다.

조선 전기는 고려청자의 제작 전통이 계승·변화되면서 분청사기가 만들어지고, 백자가 본격적으로 생산돼 다양한 도자문화를 형성한 시대였다.

특히 분청사기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자적인 도자기로 고려 말 조선 전기까지 약 200여년간 성행했다.

15세기 전반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도자기는 대부분 분청사기였으나 이때도 경기도 광주, 경상도 고령, 전라도 남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백자가 생산되고 있었다. 세종 때 명나라 청화백자가 국내에 다량으로 유입되고 새로운 도자기의 기술이 전해지면서 1467년 조선 왕실에서 왕실과 관청에서 사용할 고급 백자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관영사기제조공장 사옹원 분원을 설치했다. 분원에서 제작한 백자는 조선 백자의 주류를 이룬 소문(素文·문양이 없는) 백자로 단순하고 간결한 조형만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백자청화모란문주자. 경기도자박물관 제공
●‘분원’ 설치로 백자 등 생산 확산

광주는 분원(사옹원이 관리하는 관요)이 설치돼 조선 말기까지 왕실과 관청에서 사용할 백자를 제작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 초기 왕실에서는 각 지방에서 만든 백자와 분청사기를 공납 받아 사용했는데 점차 많은 양의 백자가 필요하게 됐고 보다 좋은 품질의 백자를 다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서 직접 공장을 설치한 셈이다.

사옹원은 궐내에 음식을 제공하는 일을 담당했지만, 관요를 설치할때 역할이 확대돼 왕실·관청용 백자 제작을 주관했다. 분원은 조선 왕실과 관청에서 필요한 백자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국영백자제작소’다.

광주에 분원을 설치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조선 왕실이 위치한 수도 한양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교통이 편리했고 수목이 많아 땔감의 조달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강을 끼고 있어 수로를 통한 물자 운송 또한 가능했다.

광주 전역에 조선시대 동안 백자를 만들었던 가마터는 약 340여기가 있다. 분원은 주변 나무를 잘라서 땔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한 장소를 선택해 대체로 10년 정도 운영하고 이동해 왔다.

분원의 잦은 이동이 문제가 되면서 조선 후기에는 현재 남종면 분원리에 분원을 고정시키고 다른 지역에서 땔감을 공급받으면서 이동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분원은 매년 전국에서 노역의 의무를 가진 1140명의 장인들이 3교대로 나눠 3년마다 380여명씩 노역하는 방식이었고 조정에서는 봄, 가을에 감독관을 파견했다. 그 결과 분원에서는 최고 수준의 백자들이 생산됐으며 분원백자가 만들어지자 지방에서도 사용하는 등 전국적으로 백자 생산이 확산됐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외국산 산업 도자기 등이 들어와 1884년 조선왕실은 분원의 운영권을 민간상인들에게 이양했다. 분원이 민영화가 된 이후 약 20~30년간 명맥을 유지하다가 20세기 초 완전히 사라졌다.

백자청화국화접문병. 경기도자박물관 제공
●근·현대 도자의 명맥을 잇다… 경기도자박물관

경기도자박물관은 한국의 청자 및 백자는 물론 근·현대 도자에 이르기까지 관련한 유·무형 자료 수집·보존·연구·전시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도자기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경기도자박물관은 한국 도자기의 태동에서 현대까지 장인들의 예술성과 우수한 공예 기술로 제작된 중요 유물 및 작품들을 전시하고, 지역 문화유산의 보고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자박물관은 도자문화실, 기획전시실, 제1·2상설전시실, 야외시설을 갖췄다. 또 2008년 발굴 조사해 15세기 후반의 전형적인 조선 백자 가마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도자 공원 내로 이전·복원·전시하고 있는 가마터보호각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도자문화실은 도자의 개념과 역사, 제작 기법 등 정보를 제공해 도자 유물과 작품에 대한 이해·감상에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 모형, 현미경 등 시청각 매체를 활용한 관람을 통해 도자 관련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기획전시실은 약 300㎡(약 91평)의 공간으로 연중 2회 특별전과 기획전을 열고 있다. 올해 기획전은 ‘신양제기:하늘과 땅을 잇는 도자기’라는 주제로 오는 11월12일까지 열린다. 기획전에선 고동기형 도자기가 국가 제기로 선택된 고려부터 규범을 고수하는 조선까지 한국 도자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도자제기의 모습을 담았다. 또 제기조형에 영감을 받은 회화, 사진, 공예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 현대화된 제례 관념 속에 전통 도자의 미래를 조망하는 등 다양한 전시품을 마련했다.

2층의 제1·2상설전시실은 약 500㎡(약 151평)으로 고려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소장품 전시로 한국 도자의 역사를 알려준다. 제1상설 전시실은 고려시대 청자는 물론 조선시대 분청과 백자의 변천 과정과 특징, 상감청자에서 분청으로의 변화 과정, 분청과 백자의 공존 관계, 백자의 종류와 미적 특징 등을 보여준다. 제2상설 전시실은 현대의 다양한 도자 분야 가운데 전통 도자를 중심으로 재현 개념의 ‘전승 도자’와 일부 ‘생활 도자’ 등 근·현대 전통 도자를 전시했다. 우리나라 전통 도자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우수한 도자 역사·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세계 도자의 흐름 안에서 한국 도자의 고유성을 확립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경기도자박물관은 총 66만7091㎡(20만1795평)의 부지에 자리잡아 박물관과 연구지원센터 등을 제외하고도 야외 공간을 곤지암도자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원 부지 내에는 대규모 야외 조각 공원과 놀이시설, 장작 가마, 다목적 공연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경기 광주지역 도예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광주왕실도자기판매관도 자리잡았다.

경기도자박물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도자기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도자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해나·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