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온몸으로 표현… 정서적 안정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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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아이들은 온몸으로 표현… 정서적 안정감 중요"
● 광주 ‘캠프햇살마당’ 가보니
전국 최초 초등생 가정형 위센터
2016년부터 학업중단위기학생에
생활지원 및 상담… 긍정적 변화
인건비 적고 접근성 낮아 아쉬움
“전문성 키우고 구별로 확대되길”
  • 입력 : 2023. 10.16(월) 18:03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지난 12일 광주 광산구 ‘캠프 햇살마당’에서 한 학생이 모래놀이 치료를 받고 있다. 양가람 기자
“아이들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표현합니다. 아이들의 언어를 민감하게 읽어낼 줄 아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지난 12일 찾은 광주 광산구 비아동 소재 ‘캠프 햇살마당’.

놀이치료를 받던 A군이 고민 끝에 고른 나무 피규어를 자신의 모래상자에 올려놓았다. 그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던 상담사는 전보다 밝아진 A군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최연정 상담사는 “모래놀이를 통해 상호작용이나 규칙도 배우고 자기 치유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면서 “피규어 선택부터 놓는 위치, 순서 등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정서) 상태를 알 수 있다. 혼자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 지켜보는 어른이 있다는 점에서 ‘모자일체성’이 형성돼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살레시오수녀회가 위탁 운영하는 ‘캠프 햇살마당’은 전국 최초의 초등학생 대상 가정형 위(Wee)센터로, 광주시교육청이 지난 2016년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한 초등학생들을 통합적으로 보호하고자 설립했다.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 매입 등 1년여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쳐 2017년 문을 연 캠프 햇살마당은 해마다 30여명의 초등학생들에게 돌봄·상담·교육 제공은 물론 학업숙려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 혹은 개인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센터에 문을 두드리면, 상담과 위탁 심사 등을 거쳐 입소할 수 있다. 심한 정신과적 질환이 있는 학생들은 병(의)원 등 기관에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여태 이 곳을 다녀간 학생만 182명에 달하는데, 학생들의 태도(심리 상태)가 입소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이다.

캠프 햇살마당 센터장 강홍란 수녀는 “초반엔 고학년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저학년의 비율이 늘고 있다. 그 중엔 심한 ADHD 등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7명의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매일 관찰하고, 사례회의를 통해 그 내용을 공유하며 지도 방향성을 정한다. 특히 아이들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주1회 학부모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서로 진솔한 마음을 나누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해나간다는 것을 체험한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교육청 지원으로 무상 대안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센터가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소 당시엔 ‘문제아’들이 모인 기관이 들어선다는 소문에 반대 민원이 많았다. 돌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다치는 경우도 잦았다. 무엇보다 7년 동안 사업비가 연간 3억2000만원(위탁 강사 인건비 2000만원)으로 동결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던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았다. 내년 위탁사업 재공모에는 예산을 보다 높게 책정했지만, 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 기조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관계결핍이 심화돼 가는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형태의 돌봄 공간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 수녀는 “현재 서부교육지원청에 캠프햇살마당 하나만 있는데,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낮다. 동부교육지원청 나아가 각 구별로 하나씩 생겼으면 좋겠다”며 “또 센터를 찾는 학생들의 유형이 우울은둔형·폭력공격형·정신병리형 등으로 다양한 만큼, 기관들이 전문성을 갖고 학생 개개인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