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지발위 시리즈> 작은 마켓에서 전세계 6만명 모이는 국제박람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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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지발위 시리즈> 작은 마켓에서 전세계 6만명 모이는 국제박람회로
●독일도자박람회(上)
17만 소도시 올덴부르크 ‘들썩’
메인광장서 개최 만족도 높아
입장료 없는 야외박람회 ‘특색’
지역과 어울리는 행사가 ‘핵심
  • 입력 : 2023. 10.19(목) 18:17
  • 독일 올덴부르크=최황지 기자
지난 8월 5~6일 독일 올덴부르크 슐로츠성 광장에서 국제세라믹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5~6일 독일 올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세라믹박람회에서 관광객들이 각 부스의 도자를 관람하고 있다.
독일의 북부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올덴부르크’는 인구 17만명의 작은 소도시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해지는 가을이 찾아오면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 올덴부르크는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모한다. 올덴부르크의 중심 광장인 슐로츠광장(Schloßplatz)에서 열리는 ‘올덴부르크 국제세라믹박람회(Internationale Keramiktage Oldenburg)’ 때문이다. 유럽 중에서도 동양의 도자문화를 가장 먼저, 빠르게 부흥시킨 독일은 도자기로도 유명한 나라다. 올덴부르크 박람회는 남부 지방의 디쎈국제세라믹마켓(Diessen International Ceramics Market)과 함께 독일의 도자문화·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자박람회’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지난 8월 전세계 세라믹 작가들이 모여 활기가 넘쳤던 소도시 올덴부르크를 찾았다. 올덴부르크 중앙역에서 나와 10분 정도 걷다보면, 1100년 경에 지어진 유서 깊은 슐로츠성을 발견할 수 있다. 중후한 멋을 간직한 성은 유럽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화려하고 웅장한 형태의 성으로 리모델링됐다. 올덴부르크 주민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자 관광객들에겐 손꼽히는 랜드마크다. 슐로츠성은 대대로 올덴부르크 가문의 궁전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1923년부터 올덴부르크 시 소유로 편입됐다. 슐로츠성이 있는 슐로츠광장은 주요 시가지와 거미줄처럼 연결된 마을의 중심 광장이다.
슐로츠성 메인홀에서 열린 독일 올덴부르크 국제세라믹박람회 시상식에서 참여작가들이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5일~6일 이틀간 슐로츠광장에서 열린 올덴부르크 국제세라믹박람회에서 전세계 작가들의 전통도자와 생활도자, 예술도자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고 판매됐다.

이번 박람회에는 수 만명의 인파가 몰려 북적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형태인 ‘야외박람회’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간이 테이블과 간이 천막으로 이뤄진 부스에 여러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도자가 옹기종기 전시됐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격을 대폭 낮추고 자유로운 관람을 돕는 야외 박람회는 국내 다수의 박람회가 컨벤션센터 등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출신의 이진휘 작가는 “야외박람회는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찾을 수 있다”며 “독일의 박람회는 대부분 입장료를 없애고,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서 야외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도자는 흙과 불을 재료로 하는 만큼 관광객들이 각 도자를 직접 만지고,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슐로츠성을 찾은 일반관광객들이 우연히 이곳을 찾으면 친근하고 아름다운 도자의 매력에 금방 빠진다고 했다. 도자애호가와 일반관광객들이 모두 만족하는 올덴부르크 박람회는 매년 관광객 수가 크게 늘고 있으며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이번 박람회에 지원한 전세계 작가들은 모두 약 500명. 박람회조직위원회는 신청서를 낸 작가 중 현대도자, 전통도자, 예술도자 등 적절히 비중을 조절해 최종 참가팀을 선별했으며 이번 박람회에는 총 110여 명 작가 또는 팀이 참여했다. 출품된 전시작 중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작품과 실험적인 경향의 작품을 뽑아 슐로츠성의 메인 홀에서 시상식을 갖는 것은 올덴부르크 박람회의 전통이다. 이날 조직위는 ‘재단상’, 도자잡지사가 선정하는 ‘도예 출판사상’, ‘대중투표상’ 등 세 개의 분야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은 총 7명(팀)으로 이중 한국 작가 신유경·윤효정 작가가 ‘재단상’을 수여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일일 방문객 수를 제한한 이후 정상 운영을 재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에 걸쳐 총 6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일찍이 슐로츠광장 인근의 숙소들은 모두 예약이 끝났고, 중심 시가지의 식당과 가게 등 곳곳에 활력이 가득했다. 베아테 아네켄 올덴부르크 박람회 총 감독은 “작은 마켓에서 시작해 박람회로 커지게 됐다”며 “지역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박람회가 핵심이다. 올덴부르크의 숙박업소만 좀 더 확충이 되면 현재 이틀에서 최대 일주일까지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독일 올덴부르크=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