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순천 신흥중학교 체육관에서 전남일보·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 후원으로 열린 2023 찾아가는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에서 신흥중 1학년 학생 50명이 퀴즈답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양배 기자 |
![]() 변영민 순천 신흥중 교장과 1학년 담임교사와 학생, 양홍석 여수고 교사(사회), 박병섭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위원, 김기중 전남일보 사업본부장이 지난 20일 순천 신흥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3 찾아가는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 2023 찾아가는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 우승자 임상혁(신흥중1) 학생. 김양배 기자 |
“와~”
지난 20일 오전 ‘2023 찾아가는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이 열린 순천 신흥중학교 강당은 학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회자가 문제를 내자 학생들은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답을 쓴 보드를 높이 들어 올렸다. 정답이 발표되면 맞춘 이들의 기쁜 환호와 탈락한 이들의 아쉬움 섞인 탄식이 뒤섞였다. 학생들은 1시간 내내 눈을 빛내며 마지막까지 열띤 경합을 벌였다.
전남일보·전일엔컬스가 주최·주관하고 전남도·전남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골든벨 행사는 여수·순천 10·19사건 75주기를 맞아 역사의 진실 공유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신흥중 1학년 학생 50명이 골든벨에 참가했으며, 그 밖에 60여명의 학생 및 교사들도 응원석에 앉아 큰 소리로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행사 시작 전 김기중 전남일보 사업본부장은 학생들에게 여순사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대한민국의 비극적 현대사인 여순사건은 극심한 이념 대립과 국가권력 탓에 70여년간 방치되다시피 했다”며 “다행히 2021년 7월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여순사건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행사가 여순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전국화를 통한 공감대 확산에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사전에 여순사건의 배경과 전개과정, 피해, 영향 등이 담긴 자료집이 배포됐다. 학생들은 자료집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일부는 ‘요점 정리’까지 동원하는 열정을 보였다.
강윤희 신흥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자료집과 선생님이 뽑아준 예상문제 등을 토대로 여순사건을 열심히 공부했다”며 “여순사건에 대해 잘 모르던 아이들이 골든벨을 준비하면서 여순사건이 무엇이고, 언제 일어났는지 정도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OX, 4지선다, 단답형 등으로 구성된 50개 문항을 빠르게 풀어 나갔다.
사회를 맡은 양홍석 여수고등학교 역사교사가 다소 까다롭게 출제한 문제임에도, 대부분 학생들은 막힘없이 보드에 정답을 써 내려갔지만 몇몇 ‘킬러문항’에서는 아쉽게도 대거 탈락하기도 했다.
첫 번째 고비는 ‘1948년 10월20일 여수에서 봉기를 일으킨 14연대 군인들이 순천으로 진입해 벌인 첫 전투를 OO다리 전투라고 한다’는 문제였다. ‘여수다리’, ‘?다리’ 등 갖가지 답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학생은 ‘친구들아 미안해’라는 문장을 적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문제로 20여명이 우르르 탈락했다가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행히 전원이 후반전 진출권을 획득했다.
패자부활전으로 다시 기회를 얻은 정시유군은 “장대다리 문제를 틀리고 너무 아쉬워서 책을 뒤지고 있던 참이었다”며 “이번에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도 여순사건에 대해 더 공부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후반전에서는 ‘토벌군과 봉기군이 벌인 첫 전투(학구전투)’와 ‘여수여중에 주둔해 백두산 호랑이로 악명 높았던 제5연대 장교(김종원)’를 묻는 문제에서 다수의 탈락자가 나왔다. 반면 ‘토벌군이 시민들 중 누군가 지목당하기만 해도 변호의 기회 없이 즉결 처형한 사건(손가락총)’과 관련한 문제는 100%의 정답률을 보였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6명의 우승자가 가려졌다. 행사 말미에는 친구들의 격렬한 환호와 박수 속에 우승자들의 시상식이 진행됐다.
우승자는 △대상 임상혁 △최우수상 고은성 △우수상 조서령 △장려상 송수민·송우현·이승재 학생 등이다. 이들에게는 각 10만원·5만원·3만원·2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전달됐다.
또 응원 및 참여상으로 5명의 학생에게도 1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수여됐다. 참가자들에게는 기념품으로 텀블러가 지급됐다.
최후의 1인이 된 임상혁군은 “처음에는 상품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여순사건에 대해 공부할수록 꼭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걸 깨달았다”며 “다음에도 이 같은 행사가 열리면 꼭 참여할 것”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마지막까지 빼어난 집중력을 발휘한 우수상 수상자 조서령양은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이번 골든벨을 통해 알게 됐다”며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아직도 잘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느꼈다. 이번 기회로 즐겁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회자 양 교사는 “입상 여부를 떠나 이 시간이 아이들이 여순 사건에 대해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앞으로도 역사와 함께 호흡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3 찾아가는 여순사건 바로알기 골든벨’은 23일 여수 화양중학교와 11월1일 순천 복성고등학교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