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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합격 기원
양가람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11.09(목) 14:19
양가람 기자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大學入學共通テスト)’가 있다. 매년 1월13일 이후 첫 번째 주말,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공통테스트’를 앞두고 많은 수험생들이 돈가스를 먹는다. 돼지 돈(豚)에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발음 ‘가스’를 합친 말이다. 한자 이길 승(勝)도 가스(かつ)라고 발음하는데, 돈가스를 먹으면 ‘시험에서 싸워 이긴다’는 뜻이 됐다. 일본말로 ‘스데키(ステキ)’라 발음하는 스테이크(Steak)도 합격 기원 음식이다. 한자 대적할 적(敵)도 데키(テキ)라고 발음하는데, ‘적을 물리쳐 승리’하고 싶은 염원을 담아 수험생들은 돈가스와 스테이크를 함께 먹기도 한다.

중국 수험생들도 매년 6월7일부터 이틀 간 진행되는 대입시험 ‘까오카오(高考)’를 앞두고 ‘쫑즈(綜子)’를 먹는다. 연잎이나 댓잎 등 이파리에 싼 찹쌀떡의 일종으로, 중국어로 ‘합격하다’란 의미의 ‘중(中)’과 발음이 비슷하다. 또 쫑즈는 단오절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액땜’의 의미도 있어,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는 기원과 무사안녕의 염원이 복합적으로 담긴 음식이다.

우리나라도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착 붙어라’라는 의미로 엿이나 찹쌀떡을 선물한다. ‘문제를 잘 풀어라’는 뜻에서 휴지나 ‘정답을 잘 찍어라’는 의미의 포크도 단골 선물 중 하나였다. 최근엔 수험생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식사 대용으로도 좋은 에너지바나 초콜릿이 유행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수능 한파’를 이겨내 줄 방석과 무릎 담요, 텀블러 등 실용성을 갖춘 선물들을 기프티콘으로 발송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응원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학교 선후배가 북이나 꽹과리, 확성기 등을 동원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을 응원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이색적인 영상들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 교육청도 학생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과도한 응원전 대신 따뜻한 격려가 오가는 ‘차분한 수능’을 요청하고 있다.

수험생을 응원하는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지만, 수험생들이 무사히 시험을 마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혹여나 수험표를 깜빡하거나 고사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들이 있진 않을까, 꼭두새벽부터 대기하고 있는 경찰들. 영어 듣기평가 시간이 되면 국내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공항 상공에서 빙글빙글 순회하기도 한다.

12년 간의 학업을 하루만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현행 수능체제는 분명 바뀌어야 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그 날 웃으며 시험장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처럼, 날이 급격히 추워지고 있다. 긴 여정의 마무리이자 또다른 시작을 앞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하고 싶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