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강수훈>군 공항 이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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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강수훈>군 공항 이전, 할 수 있다
강수훈 광주광역시의회 운영위원장
  • 입력 : 2023. 11.16(목) 15:03
강수훈 운영위원장
필자는 최근 광주광역시 군공항이전본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중에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발언을 한 바 있다.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정치의 실종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무자들이 논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결정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통합 이전이 답인 것을 알면서도 무안 주민을 설득해 내지 못하는 무능한 김영록 지사는 반성해야 된다. 지역 소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군공항 이전을 바라보는 김산 무안군수는 사퇴해야 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데도 그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발언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무안의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막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고, 전남지역의 한 정치인은 ‘품위’를 지키라고 논평했다. 반면에 ‘진심이 느껴지는 쓴소리’라는 평가도 있었고, 모처럼 들은 ‘사이다 발언’이라고 표현한 특별 사설도 있었다. 논란에 선 지금, 필자 스스로 정치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정치를 하고, 정치인으로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선거를 통해서 시민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이라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좋은 것이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대충 뭉갠다거나 ‘시간이 어떻게 해결해 주겠지’의 안일한 생각이라면, 정치 그만둬야 한다. 유권자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욕먹기 싫어서 해야 할 말을 안 하거나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계산하면서 판단과 행동을 미루고 있다면 유권자들은 오히려 불행해진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면 단연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힘이 세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용기’. 불편하고, 아쉽더라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특히 갈등의 한복판에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누구든지, 언제라도, 토론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치인의 진정한 용기는 많은 개혁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치적 타협도 필요하다.

영국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 달래고 조정해서 타협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갈등 조정 및 중재를 위한 정치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군 공항 이전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의 실종’ 그 자체다. 작년 7월 출범한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 이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광주와 전남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바라건대 필자는 군 공항 이전 문제에 있어서 다양한 격론과 토론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무안군수와 함평군수가 낮에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밤에는 포장마차에서 회포를 풀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낭만도 필요하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만나고, 세 번 만나면 된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도 가만히 앉아서 집행부가 하는 일을 평가하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의회 고유의 역할인 감시와 견제의 기능만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과 다르거나 반대되는 의견도 무시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 열띤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두 기관이 보다 더 책임감 있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공동으로 ‘(가칭) 군공항 이전과 무안공항 활성화 TF’나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제안하고 싶다.

독일 통일을 이룬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모두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일을 대화로 해내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정치가 매력적인 일이고,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다. 광주 군 공항 이전, 할 수 있다. 정정한다! 광주, 전남 우리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