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조재호>‘좋아요’에 갇힌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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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 창·조재호>‘좋아요’에 갇힌 어린이들
  • 입력 : 2023. 11.19(일) 14:26
조재호 무등초 교사
오후 2시 50분, 수업이 끝났습니다. 어린이들 중 일부는 학원에 가고 일부는 방과 후 교실로 향합니다. 시간이 남는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관찰해보니, 남학생들은 게임을, 여학생들은 SNS를 합니다. 남학생들에게 “게임 보다 차라리 진짜 축구를 하는게 어때?” 라고 했는데 먹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SNS로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유투브로 뉴스를 보는 게 어때? 아니면 틱톡으로 유행하는 댄스라도 배우거나”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병철 선생의 저작들-‘사물의 종말’, ‘정보의 지배’를 읽으며, 남학생들에게 했던 말들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성을 합니다. 게임중독 보다 더 큰 심각한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좋아요” 세계라는 것입니다. 한병철 선생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정보지배사회는 정보만을 유일한 가치로 두며 자기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라고 진단합니다. 규율사회가 누군가에 의한 조작에 의해 권력이 유지된다면, 성과사회는 자기 자신이 주인의 채찍을 뺏어, 스스로를 매질하는 사회라는 것이죠. 페이스북에 ‘좋아요’, 인스타의 ‘하트’로만 자기 세상을 이룹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대상, 객체, 타자는 사라집니다. “좋아요” 즉 긍정성의 과잉에 의해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우울증에 빠지는 시대가 우리시대란 것입니다.

놀라운 통찰력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 그리고 밴드를 몇 개씩이나 하고 있는 내 경우를 반성해봅니다. ‘좋아요’를 누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내 경우 교사들로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보다 그들에게 고민을 더 많이 털어놓습니다. 유투브의 경우는 마치 내 고민과 머릿속을 검열하는 듯 한 느낌을 줄 때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내 이야기를 엿듣나 하는 짜릿하고 소름 돋는 순간들을 혹시 여러분들은 경험한 적 없습니까? 건강검진을 한 직후, 당뇨 주의를 진단 받았는데 유투브에서 ‘당뇨에 좋은 음식들’이란 영상이 추천영상으로 뜨더군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소름 돋았습니다. 정보 사회는 ‘나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완결 시켜줍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는 나만을 위한 ‘친구’, 나만을 위한 ‘물건’, 나만을 위한 ‘정보’가 제공됩니다. 내가 싫은 ‘세상’은 가볍게 손가락으로 스윽 넘겨버리면 됩니다. 다른 세상은 사라집니다. 모든 ‘부정적인 것’은 내 스스로 제어합니다. 긍정적인 것만 풍부하게 남습니다. 더구나 부모들도 “내 아이는 금쪽이”라며, 왕대접을 해달라고 교사들에게 요구합니다. 그러니 어린이들에게 현재의 세상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좋아요’ 세상은 울퉁불퉁 하지 않습니다. 매끄러운 면을 타고 마치 워터슬라이드를 타듯 흐르는 좋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싫은 것”을 견딜 수 없습니다. 교실에서 40분을 버티는 것이 힘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교실 동료와 어떤 것도 같이 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넌 할 수 있어”란 세상의 부추김에 자아는 과잉 되어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넘기듯, 가볍게 무시합니다. 그래서 교사에게 혹은 부모에게 한없이 유치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수업시간에 마음껏 돌아다닌다거나 자기와 관련 없는 배움, 활동은 하지 않아도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자기와 관련 없는 활동들-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평균대에 오르거나 티볼을 하는데 타석에 서거나-은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 어린이는 이미 다른 세상에서 ‘주인공’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것, 시간이 드는 관계 맺기나 오랜 노력으로 결실을 이뤄야 할 배움과 공동체, 민주주의 같은 것은 손가락으로 쓰윽 넘겨버립니다.

‘좋아요’에 갇혀 있는 어린이, 아니 어른인 나도 이 “성과사회”속에서 결국은 우울증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 비극이라고 한병철 선생은 말합니다. 자기 안에서 허우적대다가 민주주의는 망가지고 결국 자기 마저도 ‘좋아요’ 감옥 속에서 우울과 소진속에 빠진다고 합니다. 희망은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