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일광장·정상연>클래식 음악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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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전일광장·정상연>클래식 음악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 입력 : 2023. 11.20(월) 13:10
정상연 겸임교수
필자는 누누이 음악은 아름답다고 했다. 그리고 음악 없는 세상은 절망이라고도 했었다. 음악은 영적 호흡과도 같기에 변하지 않는 이치 즉 진리라고 설파해 왔다. 하지만 음악을 둘러싼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며칠 전 퇴근하는 길에 평소 안면이 있는 성악가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중에 가슴이 저렸다. 한동안은 유명세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출중한 실력을 갖춘 성악가였는데 현재 노래를 그만두고 전업을 했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현하기 위한 열정과 최선으로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현실은 냉혹했던 것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장이라는 무게가 그를 무대 밑으로 끌어 내렸다.

지난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자 대학 입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수고의 시간이었다.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자아실현, 취업 등 각자의 작동 기제로 인한 발로이다. 특히 음악을 공부했던 학생들에게는 오랜 시간 고된 훈련과 자기만의 철학이 내재된 특별한 선택임이 틀림없다.

한때는 광주·전남에도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대학이나 학과가 열 개 이상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현실적 이유로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을 포함해 음악학과는 두세 곳뿐이다. 조선대학교에도 사범대학이 있지만, 이는 교직에 꿈을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실용음악 형태의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대학알리미에서 제공한 자료를 통해 2021년도 서울대학교 취업률을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의과대학이 95.1%로 1위였고 경영대학이 81.5%, 생활과학대학이 73.7%, 공과대학이 71.2%, 음악대학이 43%. 그중에 피아노 전공은 11.8%에 불과했다. 음악대학의 취업률이 최하위였다. 이러한 결과라면 지방대학 음대의 취업률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음악을 전공해서 향후 먹고사는 것에 문제가 생겼음이다. 가까스로 관계된 일자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에 못 미치는 소득에 생활고를 겪는 것은 다반사다. 2021년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경력 단절을 경험한 예술인이 36.3%였으며 그중의 69.7%가 수입 부족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클래식 관련 대학은 그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 대학이 시대변화, 사회변화라는 이유로 실용만을 강조하고 취업만을 위해 대학교육이 전용된다면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으로 불릴 수 없다. 예술교육의 실종은 기초학문의 위기, 교양교육의 부재를 의미한다.

물론 학제 개편을 단행함에 있어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와 융·복합 교육과정에 따른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명분이 오늘의 당위성을 만들어 냈지만 결국 기초 인문과목 또는 음악을 비롯한 예·체능 과목을 등외(等外)시 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요 선진국이 중세 이전부터 대학의 음악교육을 중시해왔던 것은 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 품성이 음악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공동체의 가치와 중요성 등을 조망하는 기초학습이라 확신했던 것이다. 예술교육은 기초학문이면서 정성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사람 교육이다. 무엇보다도 급변하는 사회와 기술 진보에 대응하는 인간적 발로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교육 당국은 대학이 ‘지성의 전당’으로 옳게 설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인적·물적 토대를 구축함과 동시에 지원제도의 정비를 통해 대한민국 예술의 미래를 담보해야 할 것이다. 음악이 없는 세상은 지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