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배움의 庭園·임효경>사(춘기) 자(녀)들에게 보내는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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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배움의 庭園·임효경>사(춘기) 자(녀)들에게 보내는 갈채
임효경 완도중학교 교장
  • 입력 : 2023. 11.22(수) 12:42
임효경 교장
초겨울 청해진의 앞바다가 밤사이 추위로 파랗게 멍든 월요일 아침 교장실에서 어머니 한 분이 계속 눈물만 흘리신다. 미안하다고, 답답하다고. 상대편 어머니도 같이 눈시울이 붉다. 아이들 키우면서 그럴 수 있지만, 당신의 아들 어깨와 등에 피멍이 들어있는 것을 보니 정말 속상하다 하신다. 두 아이는 장난이었단다. 피멍이 든 아이도 괜찮단다. 끈끈한 지역 공동체가 학교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역할을 해 주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아픔을 보듬어 주는 완도의 모습을 본다. 그래도 잘못 한 학생이 반성하고 자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필요한 조치를 엄중하게 하기로 했다.

사춘기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뇌의 2차 지각변동을 겪는 중이다. 뇌의 전두엽이 심한 내부공사 중이다. 우리가 한 집에 오래 살면 내부 수리를 하거나, 이사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선택사항이다. 하지만 10대 사춘기들의 전두엽 내부공사는 필수 코스, 누구나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다. 내부공사 현장을 상상해 보시라. 혼란스럽기 그지 없고, 질서가 없고, 난장판이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정신 상황이 그렇다.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10배 증가하면서 편도체를 자극하니 공포, 두려움, 분노, 예민성이 증가하여 정서적으로 공격성, 폭력성이 증폭하는 시기이다. 20여 년 전 우리 집 두 아들이 싸우면서 뚫어 놓은 방문의 큰 구멍이 갑자기 생각난다. 세상에 아무리 화가 난다고 그 두꺼운 목재 방문에 그렇게 구멍을 낼 수가 있다니 정말 놀랐었다.

여자아이들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 해마수용체를 자극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해마수용체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기억이 또렷해지고, 예민해진다. 부모는 기억이 가물가물해 지는데. 그러니 따지고 달려든다. 관계, 결속, 연대감이 중요한 시기인데, 그것이 잘 안되면 우울과 불안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볼빨간 사춘기가 부르는 ‘나의 사춘기에게’의 가사를 보면 그들의 마음이 잘 전달된다.

나는 한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랬어.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 울던 날,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모두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두려워

아름답고 아름답던 그 시절을 난 아파서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내가 너무나 싫어서

엄마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만 멀어만 가.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우리가 보기에 철모르고 천방지축인 그들도 고민이 많다.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울하고 더 짜증이 나 사자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때론 사나워 접근하기 힘든 사(춘기) 자(녀).

장난인지 학교 폭력인지 분간도 모르고 친구를 괴롭혀 부모님 내교(內校)하여 어머니 눈물만 흘리게 해 놓은 녀석들이 진로 진학 시간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미래 자신을 상상해 보고 그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데 자못 진지하다. 주어진 B4용지를 가득 채워나가는 아이들이 몇몇 보인다.

우리 학교 축구 골잡이 현준은 이렇게 시작했다. ‘안녕, 10년 후 너는 아직도 일찍 일어나고 공부는 못하니? 너는 훌륭하니? 지금의 나는 볼품이 없어...’

요한이는 15년 후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내가 잘하는 것도, 꿈도 잘 모르겠어. 내가 잘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낼까? 그리고 성격을 바꾸고 싶어. 난 내성적이고 자신감도 없거든. 날 응원해 줘.’

느긋하고 조용한 재호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자신에게. ‘지금의 나는 너무 게을러서 시간이 가든 말든 세월이 흐르든 말든 그냥 살아가고 있어. 난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지 막막해. 그런데 미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든든해. 미래의 내 사랑하는 가족들이랑 친구들은 어떨지 궁금하고. 지금은 쑥스럽고 민망해서 제대로 된 애정 표현 한번 못 해 봤는데 미래에는 후회하지 않게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

이렇게 고민이 많고, 반성하며 성장하고 있는 우리 사자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너만 그러는 것이 아니야. 나도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