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일광장·이기언>카이스트 학생들이 실패를 자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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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전일광장·이기언>카이스트 학생들이 실패를 자랑하는 이유
이기언 광주광역시교육연구정보원 연구원·교육학박사
  • 입력 : 2023. 11.22(수) 13:09
이기언 연구원
우리나라에서 카이스트(KAIST)에 입학한 학생은 입시에 성공했다거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카이스트(KAIST)에서 ‘실패 주간’을 만들어 학생들의 실패 경험을 자랑하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2021년 해당 학교에 설립된 ‘실패연구소’가 매년 주관하고 있는 행사이다. 이 행사는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을 전시하는 것에서부터 ‘카이스트(KAIST) 실패 학회: 망한 과제 자랑대회’와 ‘실패 세미나: 실패를 성공적으로 다루는 방법’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담을 자랑하듯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이스트(KAIST) 실패연구소의 미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캠퍼스 문화를 조성하고 나아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다. 실패연구소장인 조성호 교수는 “최고의 성공은 과감한 도전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고, 과감한 도전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때에만 가능하다. 성공하지 못한 경험으로부터 구성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왔다. 대부분은 이기는 경험들로 짜여진 스토리이고, 어떠한 일을 성취해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성공한 이들이 겪어온 과정에는 항상 시행착오나 실패의 경험들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이러한 실패는 새로운 도전을 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이다.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패의 경험은 같은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습이다. 또 실패의 경험은 이를 극복함으로써 패배감으로 좌절하거나 크게 낙담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교육원 교수인 마누 카푸는 ‘생산적인 실패’ 경험이 성공적인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을 발표하였다. ‘생산적 실패’는 실패를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정석의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해결방법을 탐색하고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인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노예제 폐지의 선구적 운동가로 활동했고, 이로 인해 27년 동안 감옥에서 보냈다. 그리고 ‘나의 성공으로 나를 판단하지 말고, 내가 얼마나 넘어지고 또 다시 일어섰는지를 통해 나를 판단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빌게이츠는 ‘성공을 축하하는 것도 좋지만, 실패의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이들은 모두 성공하기까지의 실패 경험을 중요하게 새기고, 실패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서는 힘이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진리를 강조한다.

주어진 답이 하나인 산업화 시대에는 실패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빠른 길을 찾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실패 경험을 통해 나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성공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가올 미래사회는 빅블러(Big Blur) 시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경계가 사라진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인간이 가진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방법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2023년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성공의 경험보다 갚진 것은 실패의 경험이다. 실패를 토대로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는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보다 더욱 큰 내면의 힘을 갖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