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임박…광주 수사관 늘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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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임박…광주 수사관 늘려달라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수사관 전국130명·광주 13명
광주노동청 "업무과중" 호소
노동부 15명 충원 계획 그쳐
  • 입력 : 2023. 11.22(수) 18:15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로고.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 확대를 앞두고 수사관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정부의 충원 계획은 전국 15명에 그친다. 광주노동청은 수사관이 13명뿐이어서 한숨이 깊다. 노동계는 정부를 향해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2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중재법 시행 이후 광주·전남·전북·제주 등 관할 지역서 발생한 중대재해 누적 수사 건수는 총 48건에 달한다.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은 30건이다.

중재법은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2명 이상의 중상자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제도다.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으며 현재까진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공사액 50억 이상 현장)에만 적용돼 왔다. 시행 2년을 맞는 내년 1월27일부터는 유예기간이 끝나 상시근로자 5인 이상(공사액 50억 미만 현장)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사 규모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중대재해 수사를 담당하는 인력은 광주노동청에서 13명뿐이다. 1명당 약 3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셈인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과 중재법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게 일선 수사관들의 설명이다.

중재법은 수사 범위가 넓고 책임자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더욱 그렇다. 산안법의 경우 공장장이나 현장소장, 안전관리자 등이 수사 대상이며 통상 벌금형 등 약식명령으로 끝난다. 이에 반해 중재법은 법인 대표이사(CEO)를 수사하고 약식명령 없이 최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기 때문에 과정이 복잡하다. 형량이 높은 만큼 피의자들도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는 탓에 수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기소 전 검찰과 협의 과정에서 추가 수사 등 지휘를 받는다. 그러면서 수사가 더 늦춰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타 지방청도 다르지 않다. 전국 중대재해 수사관은 130명이다.

인력 부족은 수사 장기화로 이어진다.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중대재해법 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 8월 말까지 전국서 발생한 중재법 사건 408건 중 279건(68.4%)이 ‘수사 중’이다. 수사가 완료된 129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15.9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중재법이 확대 적용되면 수사 대상은 2~3배로 늘어날 거라는 게 중론이다. 지역 한 건설업 종사자는 “중대재해 70~80%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이 적은 곳이다. 수사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전국 수사관 15명 증원 계획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역중대재해수사과가 설치된 지방청만 6곳인데, 1곳당 2명가량이 더 배치되는 꼴이다.

수사관들은 예상되는 수사 증가 건수에 비례한 수준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중재법 확대 적용이 된다면 당연히 인력은 더 필요하다”며 “광주지청에는 50억 미만 현장 사고 수사를 담당하는 산재예방지도과나 건설산재지도과의 감독관이 20여명 있다. 그 인원도 포함해 중재법 수사에 투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재법 확대 유예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조직국장은 “내년부턴 수사관들의 업무 하중이 기존보다 3~4배가 될 것이다”며 “인력 충원에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예를 연장하거나 중재법을 무력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사업주가 상당한 수준의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라는 모호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비해 현재 인력은 감당이 안 되는 형태다. 충분한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