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동수>시린손 녹여줄 따스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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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동수>시린손 녹여줄 따스한 나눔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
  • 입력 : 2023. 12.05(화) 14:38
김동수 광주전남혈액원장
12월은 나눔의 계절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한 ‘2024 적십자 따뜻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선포식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위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 등 모금단체가 나눔 참여를 독려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나눔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참여가 쉽지 않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여전히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리비아 홍수, 하와이 산불 등 자연재난과 아프간 무력 충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해안 산불, 폭우로 인한 반지하 주택 침수,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이태원 참사 등의 사고로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 도발 등 결코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와 각종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연대와 협력은 바로 ‘나눔’이다.

철학자 김형석은 ‘나눔이 성공보다 더 가치 있는 행복’이라고 했다. 100년을 살아 보니 행복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 소유가 아닌 나눔과 베풂이 목적이 되는 삶, 돈 때문에 일하는 인생이 아닌 쓰고 베풀고 봉사하는 삶, 돈, 출세와 성공이 아닌 보람과 가치 있는 삶”에서 얻어진다고 했다. 이런 까닭으로 재난이 일상화된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나눔은 자신의 행복 추구와 더불어 공동체를 살리는 시대정신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4.6%에서 2021년 21%로 하향 추세다. 국민헌혈률은 6%에 불과하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에서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세계기부지수는 세계 119개국 중 88위다. 국민헌혈률도 5%를 약간 넘는다.

최근 봉사활동 실적 대입 미반영으로 광주지역 10대 자원봉사자 수가 급감했다고 한다. 2018년 66만8659명에서 올해 8만315명으로 5년 사이 88%로 감소한 것. 고교 헌혈 또한 2019년 5만6384명에서 2022년 2만7416명으로 51.4%가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헌혈에 참여한 고등학생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가 감소한 1만8586명으로 집계됐다. 추운 날씨와 방학으로 헌혈자 감소가 예상된다. 방학 중 고등학생들의 헌혈 참여가 활성화되도록 가족과 학교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해서 나누겠다’고 하면서도 이후에는 ‘나중에’라는 말을 반복하며 나눔 실천을 머뭇거린다. 아래 사례를 보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두 달에 한 번꼴로 나타났다. 헬멧을 쓴 채로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동전 등을 건네며 하는 말이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주세요.”

이 돈은 의수인 손으로 고물과 폐지를 주워 팔아서만 만든 것이다. 고마움에 “차 한잔하시죠” 하면 “괜찮습니다”라며 오히려 주머니에서 사탕 몇 개를 꺼내 주면서 미소 짓는다. 기부 처리를 위해 이름이라도 물으면 정색한다. 그는 이렇게 7년동안 120만원을 이름없이 기부했다. 최근 80대 할머니도 반평생 공장노동자, 지하철 청소, 노점상으로 모은 전 재산 5억원을 사후에 기부하고 장기기증까지 약속해 감동을 주고 있다.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은 연탄의 고마움을 “내 자신을 전부 태워 시린 손 녹여 줄 따스한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님의 추운 겨울을 지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눈보다 더 하얀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표현했다.

눈 내리는 길목에서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는 연말은 나눔의 시간이다. “예쁜 모습은 눈에 남고 멋진 말은 귀에 남지만 따뜻한 베풂은 가슴에 남는다”는 글귀처럼 올겨울 시린 손을 녹여줄 가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