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철새의 낙원 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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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철새의 낙원 전남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3. 12.06(수) 15:59
박찬규 센터장
벼 수확이 끝난 농촌은 지금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특수작물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사계절이 바쁘지만 대부분의 농부들은 겨울이 휴식기간이 된다. 필자도 겨울이 되면 전남의 들판을 배회하는 시간이 많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와 천혜의 갯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농경지와 갯벌이 철새의 낙원이 된다. 들판은 벼를 타작할 때 떨어진 낟알이 먹이에 굶주린 철새들의 편안하고 아늑한 삶의 터전이 된다. 철새는 자연환경에 따라 번식지인 러시아 등지에서 여름까지 생활하다 가을에 남하하여 우리나라나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조류를 말한다. 그 외에 북쪽에서 번식하고 가을과 겨울을 우리나라에서 머물다가 남쪽으로 이동하여 지내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북쪽의 번식지로 돌아가기도 있다. 이러한 철새들이 전남의 논과 강과 갯벌로 날아들어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소로 해남의 고천암을 들 수 있다. 고천암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갈대밭과 인근의 넓은 간척지 논에는 추수가 끝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초 사이 전세계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찾아온다. 호수를 둘러싼 갈대밭과 주변 논은 오염이 되지 않아 생태환경이 대단히 양호한 편이며 기온이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이 되기에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와 오세아니아를 오가는 긴 여행의 중간 기착지로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고천암 들판과 호수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보는 사람에게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고천암은 가창오리 외에도 저어새 황새 등 천연기념물과 기러기 등 철새들이 함께 겨울을 나는 천혜의 생존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 다음으로 영암호가 있다. 영암호는 금호방조제가 준공되면서 만들어진 대규모 호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철새 도래지로 전남에 위치한 담수호 중 가장 넓은 수면 지역과 간척지를 가지고 있다. 먹이가 풍부한 개펄과 넓은 수면, 따뜻한 기온때문에 철새들의 이동통로이자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또한 영암호 인근에는 추수가 끝난 수천만평의 간척지 논에 떨어진 낟알을 먹이로 공급해 주고 있어 해마다 철새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산호도 철새 도래지로 손색이 없다. 영산호는 인근 다른 담수호와는 달리 영산강 등에서 지속적으로 비교적 많은 양의 물과 토사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어 수면성 오리류나 잠수성 오리류의 먹이로 이용되는 부유물이 많은 편이다. 철새들은 영산호 상류 부근인 삼포천 합류 지점과 영암천 합류 지점 그리고 하류 지역인 영산강 하구둑을 중심으로 늦은 가을부터 이듬해 늦은 봄까지 머문다.

다음으로 순천만을 들 수 있다. 순천만은 생태계와 생물서식지의 다양성이 나타나는 곳이며 갈대와 갯벌을 통한 하천수의 정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주변에 공장이 없어 철새 도래지로 손색이 없다. 순천만 갯벌은 갈대숲과 어류 등이 풍부하여 철새 가운데서도 희귀 조류인 흑두루미의 국내 최대 월동지로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다음은 나주평야로 영산강 중류의 충적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넓은 농경지로 주위 구릉지들을 포함해도 해발고도가 낮고 지형이 평탄해서 곡창지대로 불리며 벼 수확이 끝난 논에는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이밖에도 진도와 영광, 완도, 여수 돌산, 고흥반도의 득량만과 여자만에도 비교적 넓은 갯벌이 있어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이렇듯 전남은 넓은 농경지와 함께 천혜의 갯벌을 가지고 있어 먹이가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이 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전남이 미래에도 오염되지 않도록 탄소중립의 실천으로 철새들이 더 많이 찾는 건강한 남도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