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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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 입력 : 2023. 12.11(월) 13:10
임낙평 전 의장
67개국 중 대한민국 64위, 100점 만점에 29.98점. 참담한 수준이다. 우리보다 못한 65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66위 이란, 67위 사우디아라비아, 우리보다 조금 앞선 63위 러시아, 이들 국가는 세계적인 산유국들이다. ‘기후변화대응 지수(CCPI) 2024’에 의하면, 꼴찌그룹들은 지구촌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소극적이다. 언론은 이들은 ‘기후악당’이라고 칭했다.

지난 8일 독립적인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 Watch)가 COP28(28차 유엔기후총회)이 개최되고 있는 UAE의 두바이에서 국제기후행동네트워크(CAN)와 함께 금년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CCPI)를 발표했다. 2005년 이래 매년 이맘때 기후총회에서 발표해 왔다. 금년 평가대상 국가는 지구 온실가스의 90%를 배출하는 63개국과 유럽연합, 전체 64개국이다. 평가는 4개 부분으로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도입, 에너지 이용, 기후정책 등으로 나눠서 이뤄졌다. 대상 국가의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분야별로 점수를 매겼고 이를 합산했다. 1위에서 3위까지는 선정하지 않았다. 이상적인 정책을 펴는 국가는 비워뒀다. 4위가 실질적으로 모범적인 1위 국가이다.

금년 CCPI의 4위 국가는 덴마크로 75.59점을 받았다. 작년에 이어 가장 모범적인 국가이고, 5위는 에스토니아다. 유럽연합 국가들인 네델란드(8위), 스웨덴(10위), 노르웨이(12위), 포르투갈(13위), 독일(14위) 등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유럽연합도 16위로 성적을 보였다. 세계 최대의 배출국 중국과 미국은 각각 51위와 57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가장 모범적인 재생에너지 국가지만 전 세계 석탄의 50% 내외를 소비하는 국가여서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고, 미국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제정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산에 큰 성과를 내고 있으나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1인당 온실가스 아주 높아서 중국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은 64위. 지난해 63개국 중에 60위였다. 사실 발표 때마다 꼴찌그룹을 맴돌고 있다. 이 그룹은 화석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산유국들로 화석에너지로 국부를 축적할 뿐, 온실가스 감축 혹은 탈탄소에 대한 관심이 없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방해해온 국가들이다. 한국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런 우리가 석유 부국들 틈새에서 끼어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이 세계 속에 한국의 현주소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1인당 배출도 연간 13톤 내외로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배출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저탄소 혹은 탄소중립을 말해 왔지만 반대를 길을 걸어왔다는 의미다.

‘CCPI 2024’에 의하면, 한국은 2030년까지 금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하향 조정했다. 노후화된 석탄발전을 대부분 가스발전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또한 석유와 가스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계속하고 있고, 특히 해외에서의 석유 가스 개발에도 막대한 금융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도입은 OECD국가 중 꼴찌이다. 정부가 2030년 40% 온실가스 감축, 2050년 탄소제로 등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정책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점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혹한 평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꼴찌그룹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정부와 국회 등 정책결정권자들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가져야 한다. 화석에너지 의존형 경제사회 구조의 탈탄소화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가 가진 ‘2030 40% 감축, 2050 탄소중립’에 합당한 세부적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논의 중인 2050년 화석에너지 퇴출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및 에너지 효율성 2배 확대를 국가의 시책으로 받아야 한다. 화석에너지 금융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성에 대폭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꼴찌그룹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