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빚진 마음' 담아낸 대나무 인간 '따뜻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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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광주에 빚진 마음' 담아낸 대나무 인간 '따뜻한 손'
최평곤 작가, 미로센터에 설치
대나무·스테인레스 등 10.4m
“동학혁명 상징 대나무로 작업”
  • 입력 : 2023. 12.11(월) 15:5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최평곤 작가.
광주 동구 미로센터 2층 미로가든에 설치된 최평곤 작 ‘따뜻한 손’. 미로센터 제공
“시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거대한 대나무 인간 ‘따뜻한 손’은 최평곤이 민중항쟁의 도시 광주에 헌정하는 작품이다. 그는 동학혁명 당시 죽창으로 쓰였던 대나무를 이용해 거대한 대나무 인간을 만들고 ‘광주에 빚진 마음’을 담아 따뜻한 손을 내민다.(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 비평문 중)”

광주 예술의거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미로센터 2층 미로가든에 ‘하늘과 땅을 잇는’ 듯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거대한 대나무 사람’ 연작으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성찰의 메세지를 전하는 최평곤 작가의 공공미술 작품 ‘따뜻한 손’이다. 최 작가는 대나무를 씨줄과 날줄로 엇갈리게 엮어 사람의 형상을 단순화해 덩어리로 표현했다. 독특한 볼륨감이 특징인 작업물에는 압도적인 크기의 사람 형상과 무게로 개개인의 성찰을 이끈다.

광주 예술의거리 중심에 10.4m 높이의 거대한 설치작품이 설치된 점 또한 주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예술의거리는 일제 강점기 광주읍성 철거 후 식민체계에 따른 공간 재편으로 근대화·상업화가 진행됐고 이후 예술상권이 형성됐다. 무엇보다 5·18민주화동이 전개된 중심지다. 평화의 손길을 내미는 거대한 인간군상의 모티브가 된 것.

최평곤 작가는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빚진 마음으로 살아왔다”며 “모두의 아픔이던 비극의 시대를 이겨내고 현재를 살고 있는 광주 시민에 위로를 전하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따뜻한 손’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최평곤 작가의 대나무 작업은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공주에서 열린 설치미술전부터 시작됐다. 동학의 상징적 매체인 죽창으로부터 민중의 희망과 투쟁의 상징을 포착한다. 대나무는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하기 마련인데 이를 통해 생명은 때에 따라 생성하고 번성하다 소멸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기도 한다. 대나무를 통해 영원할 수 없다는 생명의 순리를 작품에 담아냈다.

최평곤 작가는 ‘따뜻한 손’을 제작하기 위해 장소적 스토리를 고민했다. 5·18 역사가 깃든 예술의거리에 있으면서 광주 동구가 옛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미로센터가 적격이었다.

형태와 규모를 결정해 드로잉 하고 실제 제작 크기를 고려한 골조 설계를 한 후 모형을 제작했다. 작품이 설치될 미로센터 기후 환경을 고려해 비, 바람, 등에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검토하고 프레임을 제작했다. 마지막 과정으로 대나무를 프레임에 이어 붙여 작업을 완성했다.

이번 설치작품은 프로젝트형 단기 전시 설치 작품이 아니기에 작품의 영구적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그간의 철 프레임이 아닌 스테인레스 프레임으로 제작했다. 외부 마감재인 대나무의 교체 시기가 다 됐을때, 효율적인 교체작업이 이뤄지도록 했다.

미로센터 관계자는 “두 손을 내미는 조형물의 몸짓을 통해 ‘따뜻한 손’에 안기는 기분이 들게 하는 기회를 광주 시민들에 선사하고 싶었다”며 “대나무 인간 ‘따뜻한 손’을 통해 광주의 기억자원이 오롯이 미래에 계승될 수 있는 상징적 매개체로 자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