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민들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뉴시스 |
손필영 시인 |
내년 2024년이 되면 노인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가을부터 뉴스로 접했다. 생활이 안정된 분들을 제외하고 노인 기초 연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이 조금 더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 가장 시급한 것이 경제적인 부분이겠지만 노인들이 느낄 고독감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궁금하다. 작가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래전에 죽은 라이오스 왕의 살해자를 찾아 그를 추방하는 것으로 형벌을 설정했다. 그리이스인들은 안식을 취하지 못하고 고독과 추위 속에서 노년을 보내는 일이 가장 비극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앞으로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노인들이 소외감과 고독감에 빠지게 된다면 나라 전체도 어둡고 우울할 것이다.
말리 출신 작가인 아마도우(Amadou Hampate Ba)는 1960년대 유네스코 회의장에서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이 죽으면 한 개의 도서관이 불타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문화와 전통이 구전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말을 했겠지만 진정 이 말은 어느 시대나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책에 기록된 이론만으로 살 수 없다. 앞으로 AI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체험을 통한 지식과 직관은 삶을 통해서만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황과 경우에 따라 앞으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닥칠 때 우리는 통계와 과학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노인의 지혜는 시간의 숙성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삶의 결과이므로 미래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노인 인구가 일천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기보다 노인들이 고독감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여 그들이 지혜를 사회로 흘려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지난 11월부터 방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 더 체린지>의 최후 승자는 베트남 출신의 55세의 여성이었다. 과정이야 어찌됐던 그녀는 456명의 참가자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난민으로 이방인으로 35년 넘게 살아온 그녀만의 지혜와 삶의 경험에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늘어나는 노인들의 시간이 축적한 지혜와 경험이 사회 곳곳으로 흘러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