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박안수> 현수막 난립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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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박안수> 현수막 난립 이대로 좋은가?
박안수 말뫼아카데미 원장·경제학박사
  • 입력 : 2023. 12.14(목) 13:02
박안수 원장
거리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placard) 게시대의 현수막은 광고와 홍보는 물론 새로운 정보를 시민이나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순기능이 분명 많을 것이다.

그 옛날 사찰 마당에서 열리는 법회 시 당(幢)에 걸었던 법문도, 일제강점기 3·1절 태극기와 대한독립만세의 깃발도, 4·19의거혁명 시에도,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에서 사용했던 현수막은 그 가치와 역할을 충실히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호남고속도로 서울 진입에 있는 H자동차 사옥에 현수막을 게시하여 연간 광고에 따른 효과를 값어치로 환산하면 계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수상이나 시민들이 알아야 할 기쁜 소식을 게시하여 지역민이나 소비자가에게 전달함은 현수막 게시에 따른 순기능도 많을 것이다.

수일 전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아이가 집 앞 사거리에 게시된 현수막을 보고 ‘검찰 그만해라’ 라는 내용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순간 당황스럽고 궁색한 설명만 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광주시내에 하루에 게시되는 현수막이 무려 8000건 정도라는 보도를 보았다.

지난 추석명절에 정치인과 정치지망생 그리고 여러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현수막이 가시거리 좋은 모든 길목에 수없이 걸려 있었음을 보았다.

요즘은 어떻게 알았는지 핸드폰에 스펙문자에 가까울 정도로 연일 보내오는 문자중의 하나가 내년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후보자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처럼 알려온다. 일부 유권자는 출판기념회를 출마모금회로 비웃는 경우도 있는 듯싶다.

뿐만 아니라 연말연시 가수와 배우 연예인의 지방공연 벤허현수막이 가로등 깃대 온천지에 나부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신규분양에 잔여 아파트 매매에 따른 현수막은 거리에 수십 개를 동시에 게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현수막이 온천지에 뒤덮여 ‘현수막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어느 정당 현수막 문구가 청년을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여론이 좋지 않아 급기야 지도부에서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보행에 불편을 주거나 자동차 주행에 방해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한 청소년이 빈번하게 통행하는 학교 앞이나 학원가 부근은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정치색 짙은 현수막 게시는 서로가 좀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말이면 구청불법광고물365정비반에서 많은 비용을 투자해 5000건 이상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불법 현수막을 서로 자제하자는 내용을 검토한 듯했으나 아직까지 명쾌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듯 보인다.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예전 행정당국에서 검인(檢印)자를 찍어 정식으로 인허가를 필한 현수막을 정해진 게시대에 게시하는 것을 시민과 소비자는 더 선호할 것으로 보여 진다.

최근 전라남도의회에서는 정당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고 각 정당별로 읍· 면· 동에 2개 이하로 게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고 한다.

또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서도 정당 현수막을 무분별하게 걸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례개정안이 이달 14일 공포 시행된다고 한다.

현수막 게시에 관한 내용을 관계당국에서는 관련 조례를 정비하는 등 정해진 조례나 규칙에 따라 게시하고 시민이나 소비자로 하여금 운행과 보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